[이성필기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패배를 당한 전북 현대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전북은 지난 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빈즈엉(베트남)에게 2-3으로 졌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졌다는 점에서 최강희 감독이나 선수단이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오는 1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 클래식 4라운드를 앞두고 로테이션 체제를 가동한 전북은 승리를 약속하며 베트남 원정을 떠났지만 노후한 경기장과 동남아 특유의 습도 높은 더위, 움푹 팬 그라운드 상태, 후진적인 심판 판정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조건들 자체는 무의미했다. 전북은 시즌 시작 전 중앙 수비수 김기희(상하이 선화)의 갑작스러운 이적 이후 별다른 수비 보강을 하지 않고 출발했다. 그런데 김기희의 부재로 인한 수비 구멍이 경기마다 드러났다.
수비 리더가 없으니 한 번도 안정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 골을 먹으면 더 많이 넣는다는 정신으로 버텨내기는 했지만, 수비 불안을 온전히 가려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빈즈엉전에서는 최전방 김신욱의 머리만 보다가 시간을 허비했다. 김신욱은 2월에야 전북에 합류했다. 팀에 적응하다 실전에 나선 시간은 3주가 채 되지 않았다. 겨우내 김신욱의 높이를 생각하지 않고 전술 훈련을 해오다 성격이 전혀 다른 장신 공격수가 새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내용의 축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도박과도 같았다.
최전방과 최후방에 동시에 생긴 변화는 허리 약화로까지 이어졌다. 기대를 안고 영입한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 파탈루는 생각 밖으로 스피드가 느려 빈즈엉 공격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 빈즈엉전 전반 종료 후 루이스로 교체된 것은 파탈루의 쓰임새가 그만큼 계륵이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전북은 2승 2패(승점 6점)로 조 2위가 되면서 E조 판도를 안갯속으로 몰고 갔다. FC도쿄(일본, 7점), 장쑤 쑤닝(중국, 5점), 빈즈엉(4점)이 혼전을 벌이고 있다. 전북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고 승리를 챙겼다면 일찌감치 앞서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네 팀 모두 16강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루빨리 새로운 선수들과 기존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녹아들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수비는 확실한 책임감을 갖고 나설 리더를 지정해야 한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영입했던 임종은은 '정상권 팀'인 전북에서 뛰는 것을 여전히 부담스러워 한다.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확실한 조합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전북의 중앙 수비는 김형일, 임종은, 최규백, 김영찬, 조성환으로 구성됐다.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있는 조성환을 빼면 4명으로 꾸려 나서야 한다. 김형일은 빈즈엉전 퇴장으로 다음 도쿄전에 나서지 못한다. 수비형 미드필더 이호를 중앙 수비수로 돌리는 방법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최강희 감독의 머리만 아파졌다.
김신욱 활용법에 관한 연구도 더 필요하다. 김신욱 원톱 또는 이동국과의 투톱 등으로 뛰어 보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시너지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K리그 클래식과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원정에서는 1무 2패로 아직 승리가 없는데 공교롭게도 기존 멤버인 이동국, 이재성이 제외됐을 때였다. 새 얼굴들의 적응이 더 빨리 이뤄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이 공언한 대로 아시아 정상을 노린다면 새 얼굴들의 능력 발휘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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