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무상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그 이면에는 넥센의 이미지 변신을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넥센은 지난 6일 내야수 서동욱을 조건없이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 한다고 발표했다. 넥센에서 입지가 좁아진 서동욱을 KIA가 필요로 하자 그대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서동욱은 채태인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트레이드돼 오면서 설 자리를 잃었다. 채태인이 1루를 차지하면서 넥센 내야진에 여유가 생겼고, 반대로 내야 백업 역할을 하던 서동욱이 출전할 기회는 줄어들었다.
염경엽 감독은 6일 한화 이글스와의 대전 경기를 앞두고 "채태인의 영입으로 서동욱의 위치가 다음 단계로 밀려났다"며 "김기태 감독과 통화를 해 (서)동욱이가 필요하냐고 하니 필요하다고 해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군급 선수를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넘겨준 것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생겼다.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장기 레이스. 선수는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거의 모든 구단과 감독의 생각이다. 활용도가 낮아진 서동욱을 보내야만 했다면, 그 대가로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받아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에 대해 염경엽 감독은 "김기태 감독도 계속 '조건은?'이라고 물어보더라. 그냥 주겠다고 하니 '아닌데, 조건은?'이라고 물었다"라며 "사실 (서)동욱이를 주고 받아올 선수가 마땅치 않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염 감독은 "받을 수 있는게 돈밖에 없다"며 "(원했다면) 돈 천만원 못 받았겠나.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런 이미지를 버리려는 구단"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이미지'란 이른바 '선수 장사'를 의미한다. 넥센은 창단 초기였던 2009년말부터 2010년까지 다수의 현금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구단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수를 파는 고육지책이었다. 그에 따른 비난도 엄청났다.
이택근은 25억원과 선수 2명(박영복, 강병우), 장원삼은 20억원과 선수 2명(박성훈, 김상수), 이현승은 10억원과 선수 1명(금민철), 마일영은 3억원과 선수 1명(마정길)을 받고 교환했다. 황재균을 롯데로 보내며 김민성, 김수화를 받아온 트레이드에도 현금이 보태졌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창단 후 벌써 9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현재, 넥센은 더 이상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하는 팀이 아니다. 물론 강정호와 박병호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이적료 수입을 얻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꿈을 이루기 위한 선수들의 선택에서 비롯됐다.
작은 이익을 취하는 것보다 구단의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려는 것이 넥센의 이번 무상 트레이드 이유다. 또한 선수의 미래를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 활용하지 않을 선수라면, 그를 필요로 하는 구단으로 보내주는 것이 선수를 위한 도리라는 생각이다.
염 감독은 "우리는 선수를 잡아 놓고 죽이는 구단이 아니다"라며 "앞서 조중근, 지석훈도 그랬지만 1년이 절실한 선수들이 있다. 1년을 묵히면 (서)동욱이의 가치는 그만큼 또 떨어지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조중근, 지석훈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원이었지만 트레이드를 통해 각각 kt 위즈, NC 다이노스로 옮겨간 바 있다. 조중근은 서동욱과 마찬가지로 무상 트레이드. 지석훈의 경우 무상은 아니었지만 선수의 앞길을 열어주는 차원에서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지석훈은 넥센의 의도대로 NC에서 기량이 만개, 주전급 선수로 성장했다.
염경엽 감독은 떠나보내는 서동욱에게 "어디서든 열심히 해라. 야구는 넥센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줬다. 서동욱을 영입한 KIA 타이거즈의 관계자는 "조건없이 서동욱을 보내준 넥센의 결정에 감사하다"며 "내야진 보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