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무적 선수' 임창용이 결국 KIA 타이거즈에 둥지를 틀었다. 그간 임창용을 영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KIA는 28일 연봉 3억원에 임창용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임창용의 KIA 입단은 3가지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첫째 KIA가 올 시즌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KIA는 지난 겨울 FA시장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뒷문 보강을 노리고 몇몇 선수에게 관심을 가지긴 했지만 정작 영입한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돈싸움이라면 어떤 팀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탄탄한 재정을 자랑하는 KIA이지만 2년 연속 조용한 겨울을 보내면서 올 시즌 역시 내실을 다지는 시기로 상정하는 듯했다.
◆KIA, PS 진출 승부수
그러나 지난 시즌 뒤 삼성에서 방출된 임창용을 시즌 개막을 4일 앞두고 전격 영입하면서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겨울 임창용은 해외원정도박으로 기소돼 1천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도박'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극히 부정적이어서 여러 팀들이 군침을 흘리면서도 선뜻 영입 제의를 할 수 없었다. KBO리그에서도 시즌의 절반인 72경기에 등판할 수 없다는 징계를 내리는 등 그의 복귀를 사실상 막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KIA는 이런 악조건 하에서도 마무리 보강이라는 지상명제를 위해 임창용을 받아들이기로 고심 끝에 선택했다. 도박으로 형사처벌된 선수를 영입했다는 여론의 비난이 뻔한 상황에서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임창용을 빨라야 여름부터 기용할 수 있음에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올 시즌을 바라보는 김기태 감독과 KIA 프런트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해태서 프로 입문…고향팀서 구제
KIA가 임창용의 고향 연고팀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광주진흥고 출신으로 지난 1995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임창용은 1999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면서 고향을 떠났다. 이후 2008년 일본 야쿠르트에 입단했고, 2013년 미국 진출을 시도한 뒤 2014년 다시 삼성으로 복귀한 후 지난해 방출됐다.
임창용으로선 고향을 떠난지 17년 만에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이다. 연고지 출신 즉시 전력감 베테랑 마무리 투수가 여론의 손가락질 속에 쓸쓸히 야구판을 떠날 상황에서 그를 딱하게 여긴 KIA 관계자들이 재기의 손길을 내밀었다고도 볼 수 있다. 임창용이 지역 연고고교와 타이거즈 출신이라는 점이 이번 결정에 적잖은 요소가 됐을 것이라는 게 야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창용으로선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에서 마무리할 기회를 잡게 된 셈이다.
◆삼성, 윤성환·안지만 기용 명분 확보
이번 KIA의 결정이 윤성환, 안지만 문제로 고민하는 삼성 라이온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같은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지만 임창용과 달리 윤성환, 안지만은 수사당국이 특별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수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용두사미격으로 사건이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삼성은 선발과 불펜의 주축인 이들을 기용하고 싶어 하지만 여론의 역풍을 두려워해 시범경기에서도 이들을 시험해보지 못했다. 다음달 1일 대구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이들 문제를 고민하는 시점에서 임창용이 KIA에 입단했다.
삼성으로선 적당한 시기를 봐서 윤성환과 안지만을 기용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형사처벌을 받은 선수가 다시 선수생활을 시작한 마당에 증거도 없는 선수들을 마냥 개점휴업 상태로 놔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KIA의 임창용 계약은 여러모로 시즌 개막을 앞둔 KBO리그에 큰 회오리 바람을 몰고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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