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처음 호흡을 맞춘 박용우(FC서울)-이찬동(광주FC)의 역할 분담은 좋았다. 경쟁자가 아니라, 공존을 생각해봐도 될 정도였다. 올림픽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의 머리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25일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친선경기 1차전에 박용우와 이찬동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스피드와 힘이 좋은 알제리의 공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선에서 활용하기 위한 실험도 함께했다. 올림픽에서는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두 자원의 공존 가능성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은 이날 권창훈 문창진이 골을 넣고 실점을 하지 않으면서 알제리를 2-0으로 꺾었다.
이찬동은 신태용호의 터줏대감이었지만 부상으로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는 제외됐다. 대신 중앙 수비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박용우가 대표 발탁됐다.
박용우는 챔피언십에서 좋은 공수 연계를 보여주며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 차례 소속팀에서의 경기를 본 뒤 선발했고 그는 챔피언십에서 새로운 발견으로 꼽혔다.
절치부심했던 이찬동은 부상에서 회복한 뒤 클래식 두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곧바로 신태용호에 다시 승선했다. 박용우가 템포를 조율한다면 이찬동은 왕성한 활동량을 무기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스타일이다. 경쟁이 아닌 공존이 이날 알제리전의 목표였다.
결과는 합격점이었다. 이찬동이 무한 체력을 앞세워 미드필드에서 파울로 알제리의 공격을 차단했다. 두 차례 위험한 파울로 프리킥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한국 수비진은 잘 막아냈다.
이찬동이 수비라인 앞에서 잘 뛰어주면서 중앙 수비수 송주훈과 김민재의 부담도 줄었다. 알제리 공격진을 이찬동이 몸싸움으로 막아주면서 자리를 잡는 여유가 생겼다.
박용우는 이찬동보다 조금 더 앞선에 서서 공격 2선에 유기적으로 볼을 연결했다. 또 빠른 판단으로 상대의 수비를 깨는 전진패스도 연결했다. 전반 3분 권창훈의 선제골에 알제리 수비진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전진 패스를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찬동이 많이 뛰어주면서 볼 배급을 유연하게 할 수 있었다.
중원이 안정되면서 신태용호가 고민했던 수비 불안도 어느 정도는 해소할 가능성을 봤다. 챔피언십에서는 후반 수비에 문제가 생겨 실점하는 등 흔들리는 보습을 보였는데 이날 알제리전에서는 그런 모습은 없었다. 신 감독이 본선 엔트리에 두 명을 모두 선발하느냐 또는 다른 카드를 활용하느냐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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