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안산 신한은행(현 인천 신한은행) 시절 몸에 이식된 위성우 감독의 승리 DNA는 춘천 우리은행에서도 계속 위력을 발휘했다.
우리은행은 20일 부천체육관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을 꺾고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3전 전승으로 끝내며 통합 4연속 우승을 해냈다.
3차전을 앞두고 자신감이 충만했던 우리은행이었다. 정규리그 상대전적은 4승 3패로 우리은행이 근소하게 앞섰지만, 챔프전에서는 가장 중요한 1~2차전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연승해 분위기를 가져왔다. 전신인 부천 신세계 시절 2001년 여름시즌 이후 챔프전을 치른 경험이 없는 KEB의 약점을 정확하게 찔렀다.
경기 전 위성우 감독은 스코어 71-57로 넉넉하게 이겼던 2차전을 언급하며 "경기 후 비디오 분석을 하는데 정말 화가 많이 났다. 선수들이 너무 태만하게 플레이를 하는 게 뻔히 보이더라"라며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위 감독의 얘기만 들으면 오히려 우리은행이 2패를 당해 위기에 몰린 팀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위 감독의 이런 고삐를 늦추지 않는 스타일은 신한은행 코치 시절 임달식 감독의 스타일과 상당히 비슷하다. 임 감독은 이기고 있어도 선수들의 부족함을 독하게 지적하는 지도자였다. 우리은행 지휘봉을 잡고 벌써 네 번째 시즌인 위 감독이지만 절대 만족을 몰랐다.
체력은 기본이다. 선수들을 혹독하게 굴려 원성을 사기도 했다. 지난 세 시즌 챔프전이 끝나면 위 감독은 늘 선수들에게 밟히는 세리머니의 희생양이었다. 워낙 숨을 쉴 틈을 주지 않으니 우승이라는 결과물 앞에서도 위 감독은 선수들의 불만을 풀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양지희는 "감독님은 우리가 늘 부족하다고 하신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아닌데 그렇게 보이신다고 하니 아마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려는 화법이 아닌가 싶다"라고 해석했다.
위 감독은 이날 3차전 결과를 예감이라도 한 듯 "아 또 (우승하면) 밟혀야 하죠. 우승하고 밟히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죠"라며 충분히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술적으로도 위 감독은 변화무쌍했다. KEB가 맨투맨과 2-3, 3-2의 방어법을 두루 들고 나왔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우리은행의 지역 방어를 KEB가 쉽게 뚫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이었다. 샤샤 굿렛이 리바운드에 충실하고, 임영희가 득점을 하고, 양지희와 박혜진이 상대의 힘을 빼는 수비를 하고, 가드 이승아가 리드를 하는 것까지 모든 것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갔다. 우리은행이 1쿼터를 선수 교체 없이 가져가는 자신감을 보였던 이유다.
현역 시절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가드였던 전주원 코치의 존재도 위 감독에게는 큰 힘이다. 통합 4연패를 이루는 과정에서 전 코치는 위 감독이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을 선수들에게 주지시키는 등 보조 역할을 확실히 했다. 전 코치는 워낙 큰 경기 경험이 많아 선수들과 위 감독의 가교 역할에도 문제가 없었다.
철저한 지휘력에 복까지 많이 받은 위 감독은 통합 4연패 감독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위 감독의 시선은 2007 겨울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6연속 통합 우승을 했던 신한은행의 기록으로 향하고 있다. 새로운 전설에 도전할 자격을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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