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메시' 지소연(25, 첼시 레이디스)은 자책감에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지소연은 10일 서울 김포 국제공항을 통해 여자축구대표팀과 귀국했다. 지소연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렸던 2016 리우 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예선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고 한국의 본선 진출 실패와 함께 돌아왔다.
지소연으로서는 일본전 페널티킥이 골키퍼에게 막힌 것이 너무나 뼈아팠다. 6개국 중 상위 2팀만 본선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소연의 페널티킥이 성공했다면 한국은 일본을 꺾고 이후 어떤 상황을 맞았을 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전이 1-1 무승부로 끝난 뒤 지소연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사실 이번 대회 지소연은 첼시 레이디스의 훈련을 빠져가며 대표팀 훈련에 참가하는 열의를 보였다. 팀에서 복귀를 시켜도 이상이 없을 상황이었지만 이해를 구하고 대표팀에 올인했다. 올림픽 최초 출전이라는 대업 달성을 위해서다. 이 때문에 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대한축구협회도 지소연의 심적 부담을 고려해 귀국 공식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았다. 늘 여자대표팀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온 지소연이었다. 귀국 행사장 한구석에서 윤덕여 감독, 이민아, 정설빈의 인터뷰를 바라보는 지소연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올림픽 본선 진출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페널티킥을 찰 때 떨었다. 다른 선수에게 양보했다면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미 지나간 일이 됐다"라고 아쉬웠던 순간을 되뇌었다.
지소연 측 관계자도 "상당히 힘들어했다. 본인이 짐을 좀 내려놓고 동료들과 나눠 가져도 되는데 큰 관심에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1-1로 비긴 북한, 그리고 일본전만 이겼다면 한국은 본선행 꿈을 이룰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속이 상한다. 지소연도 "잘 하고도 이기지 못했다. 정말 두 팀을 많이 따라갔는데 이기지 못한 것이 정말 아쉽다"라며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지소연에게도 올림픽 출전은 숙제와 같다. 나이를 거론하며 "올림픽 본선 티켓이 눈앞에 왔다가 간다. 다음 올림픽 예선에서는 대표팀에서 뛸 수 있을지, 내가 도움될 지도 의문이다"라며 나오려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지소연은 귀국하자마자 하루 뒤인 11일 다시 영국으로 향한다.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소속팀의 FA컵 예선전을 준비해야 한다.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소연은 "어쩌겠는가. 극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며 조용히 입국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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