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사실은 (이)정현이가 터져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지난 23일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4강 플레이오프에 빨리 올라갈 방법을 많이 연구했다"라며 "슈터들에게 기대를 한다. 괜찮은 슈터가 있는데 터진다면 빨리 끝낼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분위기나 정황상 '괜찮은 슈터'는 전성현으로 짐작됐다.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전성현의 출전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전성현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대학 재학 시절 불법스포츠토토 도박을 한 것 때문에 54경기 출전정지와 함께 120시간 사회봉사와 제재금을 부과 받았다. 정규리그를 통째로 날린 것이다.
25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의 6강 PO 1차전에서 김 감독은 이정현과 함께 징계가 풀린 전성현을 동시에 선발로 투입했다. 일종의 변칙이었다. 높이가 낮아지는 대신 슈터 두 명이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켜 혼란을 주겠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전성현을 막지 않으면 슛이 터진다. 자연스럽게 이정현에 대한 수비도 분산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디어데이에서의 '괜찮은 슈터' 발언의 진의는 무엇이었을까. 전성현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이정현에 대한 기대심리도 있었던 것이다. 김 감독은 "실은 이정현이 터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전성현은 엊그제 연습을 하다가 팔꿈치를 조금 다쳤다"라고 전했다. 이어 "삼성의 공격이 터지면 바로 전술을 바꾸겠다"고 했다.
1쿼터, 이정현과 전성현의 동시 등장에 삼성은 수비에 집중하느라 자신들의 장기인 공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쿼터에서 힘의 우위가 KGC로 기울어지면서 김 감독이 의도했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성은 둘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마리오 리틀과 찰스 로드의 외곽을 봉쇄하지 못했다.
덕분에 전성현도 3쿼터 시작과 함께 3점슛을 터뜨리며 감을 잡았다. 이정현은 3쿼터 55-37에서 3점슛 성공으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고 로드의 덩크슛에 기막힌 패스로 삼성의 힘을 뺐다.
KGC 입장에서는 신이 났다. 리틀이나 로드도 종종 3점포를 터뜨린다. 삼성의 내외곽을 철저히 묶으면서 하고 싶은대로 경기를 이어갔다. 전성현을 4쿼터도 계속 기용해 이정현의 체력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실전 감각을 찾도록 했다.
전성현은 4쿼터에도 3점슛을 계속 터뜨리며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기록으로 따지면 더욱 훌륭했다. 이정현 16득점, 전성현 3점슛 4개 포함 16득점으로 둘은 KGC 공격에 물꼬를 텄다. 전성현은 후반 12득점을 모두 3점슛으로 넣는 정확도를 보였다.
KGC는 96-71로 삼성을 압도하고 1차전 승리를 따냈다. 그야말로 김 감독의 변칙이 통한 한 판이었다. 동시에 전성현이 살아나면서 남은 PO 운영도 순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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