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최형우(33, 삼성)에 대한 오해 하나. 그의 야구는 투박하지 않다. 오히려 섬세한 편이다. 마치 지난 1993년 데뷔 당시 "저 폼으로 무슨 안타를 치느냐"는 말을 들었던 선배 양준혁이 연상될 정도다. '돌쇠'같은 이미지와 달리 최형우는 공갈포가 아니다. 정교함과 침착함, 그리고 장타력을 모두 보유했다. 대선배와의 비교가 부담스럽다면 '보급형 양준혁' 정도로 봐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리틀 양준혁
2016년 현재 최형우를 빼놓고 삼성 타선을 말할 수 없다. 나바로(지바 롯데)와 박석민(NC)이 빠져나간 삼성 중심타선에서 유일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붙박이 4번타자인 그가 없다면 삼성 타선의 파괴력이 대폭 반감될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다.
최형우는 대기만성형이다. 나이 서른을 넘어서며 오히려 활짝 만개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3년 연속, 2011년부터 5시즌 가운데 4시즌에서 3할타율을 넘었다. 30홈런과 세자릿수 타점을 넘어선 적은 3번이다. 이 기간 중 4할 출루율 3번, 5할 장타율 4번을 기록했다.
개인 최다인 33홈런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역시 개인 최초로 300루타(308개)를 돌파했다. 테임즈(NC)라는 괴물에 가려 빛이 덜 났지만 MVP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확실한 동기부여 'FA시즌'
올 한 해 최형우의 분발을 기대할 수 있는 확실한 요인이 있다. 최형우는 올 시즌을 마치면 거액 몸값을 확보할 수 있는 FA 자격을 얻는다. 지난 2002년 삼성에 입단한 뒤 한동안 무명의 설움을 톡톡히 맛본 그다. 그간의 고생을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는 호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어 올 시즌 초부터 최형우의 질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가 올 시즌 뒤 리그 최우수선수로 선정될 것이라고 확언하긴 어렵다. 2014년 무려 201안타를 친 서건창(넥센)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MVP는 적어도 40홈런을 넘긴 선수들의 차지였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최형우가 갑자기 50홈런 가까이 칠 것이라고 낙관할 수 있는 근거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6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 타선에서 MVP 수상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최형우의 이름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삼성 출신 MVP 맥 살릴까
지난 2004년 배영수(한화)를 끝으로 삼성은 MVP와 인연이 없었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스타들이 즐비했지만 이상하게 리그 최고 선수의 영예와 11년째 인연이 없었다. 삼성에서 정규리그 MVP를 배출한 적은 모두 9번. 이만수(포수, 1983년) 장효조(외야수, 1987년) 김성래(1루수, 1993년) 이승엽(1루수, 1997·1999·2001·2002·2003년) 배영수(투수, 2004년)가 영광의 주역이다.
최형우로선 호재도 있다. 올 시즌 새롭게 삼성의 '안방'이 되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타자들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팔각 다이아몬드형인 이 구장의 특성상 우중간 펜스(파워앨리)가 곡선이 아닌 직선형이어서 힘있는 좌타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삼성 측은 펜스의 높이를 올리는 등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단 대구시민구장 이상으로 왼손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FA시즌에 새 홈구장 효과까지, 올 시즌 최형우를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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