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101명의 무대를 다 보여주지도 않고 시청자 투표로 1위부터 101위까지 순위를 매겼다. 그럴 거 굳이 101명이나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지난 22일 엠넷 '프로듀스101'이 첫 방송됐다. 참가한 연습생들이 처음 마주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이들은 프로듀서 군단 앞에서 첫 무대를 선보였다. 101명은 프로듀서들의 평가로 A~D, F까지 총 5개 등급으로 나뉘었고, 실시간 시청자 투표로 최종 순위가 결정됐다.
'프로듀스101'은 국내 46개 기획사에서 모인 101명의 여자 연습생들이 참가한 초대형 프로젝트로 최종 선발된 11명으로 걸그룹을 만들게 된다.
사실상 101명의 무대를 모두 보여준다는 건 애초에 힘든 일이다. 이날 방송에서 무대가 공개된 연습생은 30%에도 못 미쳤다. 그마저도 이름이 꽤 알려져 있는 기획사 연습생들이 대부분이었다. 1회부터 실시간 투표를 하기에는 연습생들의 실력과 끼를 전달하는 것이 턱없이 부족했다.
좀 더 많은 연습생들의 무대를 보여주고 평가 받게 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대형 기획사 출신 연습생 위주의 사연들로 채웠다. 그룹 JYJ 멤버 김준수의 사촌동생, 배우 김수현의 이복동생 등의 사연과 특정 연습생들의 고생담과 눈물 등이 그려졌다.
그 시간만 아꼈어도 좀 더 많은 연습생들의 무대를 방송에 내보내고 시청자들은 좀 더 공정하게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공정하게 연습생들을 평가 받게 하려는 노력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화제성을 높이고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게 하려는 의도가 방송 내내 이어졌다.
예능 프로그램인데 흥미 요소를 넣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민 프로듀서', '국민의 선택'을 운운하려면 적어도 1회에선 최대한 많은 연습생들의 모습을 비춰주고 사연팔이는 좀 지난 뒤에 했어도 될 일이다. 그게 101명을 모아놓은 것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아닐까.
프로듀서로 참가한 배윤정 안무가는 한 연습생과의 친분을 드러내며 "전혀 춤을 출 수 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고 춤이랑 노래는 연습을 하면 된다는 걸 알았다. 성공했다"고 말해 주목을 받게 했다. 101명 모두에게 가장 공정해야 할 프로듀서로서 적절한 언행은 아니다.
'프로듀스101'은 대중이 국민 프로듀서가 돼 데뷔 멤버들을 발탁하고 콘셉트와 데뷔곡, 그룹명 등을 직접 정하는 '국민 걸그룹 육성'을 모토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그런 수식어는 낯뜨겁기만 할 뿐이다.
방송에선 소형 기획사 연습생 몇 명의 엉망인 무대를 보여줬고, 그 중엔 연기자 지망생도 있었다. 프로듀서들은 "너무 지저분해요", "이건 볼 것도 없다" 등의 말을 했다. 평가할 대상조차 아니라는 이들을 애초에 왜 모아놨을까.
그렇다 보니 연습생들의 무대와 평가가 치열하고 흥미진진하기보다는 잔인하기만 했다.
다음 주 방송에서는 아직 남아 있는 기획사별 무대 공개와 함께, '엠카운트다운'에서 선보인 '픽 미(PICK ME)' 무대를 완성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그려질 예정이다.
'프로듀스101'을 담당하는 안준영 PD는 "차주에도 개성 넘치고 실력 있는 연습생들이 대거 등장한다. 시청자들이 101명의 연습생들을 충분히 만나보신 다음에 국민 프로듀서들의 투표에 따라 떠나야 할 연습생이 공개될 예정이니 끝까지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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