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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잊혀진 이름 송몽규를 위하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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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절친한 벗이자 외사촌이었던 송몽규의 삶 재조명

[권혜림기자]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시인 윤동주는 기억된 인물이다. 의무교육과정의 국어, 문학 교과서가 그의 시들을 가르친다.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비극적인 죽음은 역사 교육 과정 중 일제의 통치 방식 변화를 가르칠 때에도 빠지기 어려운 이야기다. '서시' '쉽게 씌여진 시'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그가 남긴 시들은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문학 작품이다.

그러나 시인 윤동주의 곁엔 잊혀진 이름이 있다. 바로 또 한 명의 수필가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다. 영화 '동주'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시인 윤동주의 생애를 스크린에서 최초로 담아낸 동시에 그의 외사촌 형제 송몽규의 존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18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동주'(감독 이준익, 제작 ㈜루스이소니도스)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과 배우 강하늘, 박정민이 참석했다. 영화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허락되지 않았던 1945년, 평생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강하늘 분)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박정민 분)의 빛나던 청춘을 담는다.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몽규는 가장 가까운 벗인 동시에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두 사람은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 길에 오른다. 이후 몽규는 독립운동에 더욱 매진하고, 동주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한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 두 사람의 갈등은 점점 깊어지게 된다.

많은 이들에게 낯선 인물인 송몽규는 타이틀롤 윤동주와 나란히 극을 이끌며 우리가 미처 몰랐던 두 청년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윤동주의 삶을 비춘 첫 영화라는 가치 외에, 그 곁을 살았던 송몽규의 생애를 엿볼 수 있다는 것 역시 '동주'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영화 '왕의 남자' '사도' 등을 통해 사극 연출에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던 이준익 감독은 '동주'의 메가폰을 잡게 된 이유를 알리며 송몽규의 존재를 언급했다. 두 청년이 살아낸 과거와 현대인들의 기억을 대비하며, 이 감독은 "'동주'는 송몽규라는 인물 때문에 찍었다고 해도 될 만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와 송몽규의 삶을 각각 "과정은 없지만 결과가 아름다웠던 삶"과 "과정이 아름다웠지만 결과가 없는 삶"으로 표현했다. 이어 윤동주의 삶이 이제껏 영화화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그 삶의 여정 중 (영화적으로)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동주의 생애사를 절친한 벗 송몽규의 존재에까지 확장하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영화적 서사로 완결됐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를 가리켜 "과정이 아름다운 사람과 결과가 아름다운 사람,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라고 알렸다.

'동주'의 이야기에 몰입하기 위해, 송몽규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은 홀로 북간도로 떠났다. "'동주'의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이 대본은 열심히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부담이 밀려왔다"는 박정민은 "그전까지 엄청난 애국자도, 나라의 문제를 고민하던 사람도 아니었다. 이 분의 마음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으로는 잘 모르겠더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일본의 침략을 받은 시기라는 것만 알았지, 잘 모르겠더라. 대본과 윤동주 평전을 계속 봐도 그랬다"며 "그래서 제 사정에서 좀 무리를 해서 작년 구정 쯤 사비로 북간도에 다녀왔다"고 덧붙여 시선을 모았다.

박정민에 따르면 두 청년의 삶이 어렸던 북간도에는 이들의 묘소가 서로 가까이 마련돼있다. 하지만 역사적 기록의 비중과 후대의 인식을 반영하듯 두 묘소의 외양은 서글프도록 달랐다. '잊혀진 이름' 송몽규의 묘는, 깨끗하고 화려하게 가꿔져 있는 윤동주 시인의 묘소와 대비를 이뤘다.

박정민은 "윤동주 선생의 묘에는 비석도 굉장히 많고 꽃다발도 많았다. 사탕을 놓고 간 분도 있었다"며 "바로 옆에 있는 송몽규 선생 묘에는 하나의 비석이 있었고 벌초도 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역 몰입을 위해) 이 분에게 도움을 받으려 갔는데, '내가 대체 무슨 도움을 받겠다고 여기 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너무 무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마지막으로 박정민은 "개인적 바람이라면, 송몽규 선생 뿐 아니라 '결과가 없어도 과정은 아름다웠던' 이들을 현대 사람들이 다시 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알렸다.

한편 '동주'는 오는 2월18일 개봉 예정이다. 영화 '러시안소설' '배우는 배우다' 등을 연출했던 신연식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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