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응답하라 1988' 남편찾기 숨바꼭질이 끝났다. 혜리의 남편은 '어남택' 박보검이었다. '어남류' 류준열을 응원하던 시청자들은 허탈함과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남편이 아니면 어떤가. 풋풋하고 애틋했던 정환의 첫사랑은 우리들의 가슴에 남았고, 류준열이라는 멋진 배우를 발견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에서는 드디어 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최택(박보검 분)으로 밝혀졌다.
정환을 응원하던 '어남류'들도, 최택을 응원하던 '어남택'들도 마음 졸였던 시간. 확률은 50%. 절반의 기대감과 절반의 불안감으로 TV를 지켜봤다. 덕선의 선택은 최택이었다.
앞서 택은 정환(류준열 분)이 있는 사천으로 찾아갔고, 정환은 택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눈치챘다. 정환은 마음을 정리한 듯 "덕선이 붙잡아"라고 조언했고, 택은 마음이 편해진 듯 활짝 웃었다. 덕선을 향한 정환의 장난스러운 고백은, 앞으로 나아가는 진행형이 아니라 결국 감정선을 정리하는 고백이었던 것.
덕선과 택은 중국의 한 호텔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1988년 '꿈결 키스'는 사실 두 사람의 현실 속 첫키스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택은 어쩔 수 없는 이끌림으로 덕선에게 입을 맞췄고, 두 사람은 진한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1988년 그 순간부터 덕선의 마음은 정환이 아닌 택이를 향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게 정환의 첫사랑은 가슴 시리게 끝났다.
'어남택' 팬들이 환호를 질렀을 찰나, '어남류' 팬들은 허탈함과 속상함을 토로했다. 분홍셔츠며 수학여행이며, 제작진이 뿌린 숱한 '떡밥'을 원망했고, 일부 팬들은 '개연성이 없다'며 분노했다. 아마 '어남류'가 됐더라면, '어남택' 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터. 그만큼 잔인한 삼각관계의 종식이었다.
비록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정환의 그 시절 아련했던 첫사랑은 시청자들에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김정환은 그야말로 다채로운 매력을 안고 있는 훈훈한 캐릭터. 매사에 불만 많고 까칠하며 딴지를 거는 스타일이지만, 결국엔 못 이기는 척 해주는 '츤데레'의 매력을 갖췄다. 여기에 서툰 첫사랑 감정이 드러날수록 더욱 매력이 덧대어졌다.
덕선과 좁은 골목길에 숨어들어 의도치 않은 스킨십을 했던 수학여행,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정환을 보며 시청자들도 함께 심장이 멎었다. 꽉 찬 등교버스 안에서 덕선의 등 뒤에서 그녀를 완벽 방어하는 장면에선 매력 포텐이 터졌다. 힘줄이 불거진 팔과 상기된 어깨 근육은 '상남자 고교생'의 모습을 보여주며 여심을 잡기에 충분했다. 덕선을 마중 나가 무심하게 우산을 건네주는 장면은 설렜고, 덕선과 잠결에 나눈 눈빛은 그 어느 키스장면보다 애틋하고 짠했다.
어릴 적부터 아픈 형 덕분에 양보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정환이었다. 친구 택이 덕선을 좋아하는 사랑을 알고 나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덕선의 감정조차 내쳐야 했다. '어남류'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함을 안겼지만, 그것 또한 정환의 우직했던 사랑방식이었다.
정환의 고백은 '응팔'의 명장면. 타이밍이 못내 아쉬웠지만, 평생 고백 한 번 못할 것 같던 '그녀석' 정환이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진심을 내비친 장면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비록 장난으로 치부됐지만, 시청자들은 그 진심을 알고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응팔'을 통해 우리는 류준열이라는 매력적인 배우도 발견했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의 모습을 공감가게 연기하며 첫사랑의 추억을 되새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시절 순수해서 더 애틋했던 사랑의 감정선을 섬세하고 심도있게 그려내며 안방극장을 매료시켰다. 가슴속에 한 꺼풀 덮여있던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한, 류준열의 아련한 눈빛이었다.
그러니 '어남류'가 아니어도 괜찮다. '어남류'로 함께 했던 시간들은 충분히 행복했고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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