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군살 빼기에 집중하고 있는 수원 삼성에서 가장 크게 보이는 공백은 골키퍼다. 정성룡(31)이 일본 가와사키 프론탈레로 떠나면서 골키퍼진의 무게감이 확 떨어졌다는 평가다.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는 수비라인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동시에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해야 하는 등 현대 축구에서 점점 더 중요한 취급을 받고 있다. 정성룡의 경우 2004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뒤 프로 3년차인 2006년에서야 출전 기회를 얻었고 2008년 성남 일화(현 성남FC)로 이적해 주전 골키퍼로 성장했다.
2011년 수원 삼성으로 와서는 완벽한 주전, 소위 '1번 골키퍼'가 됐고 국가대표 수문장으로 좋은 활약을 했다. 그만큼 골키퍼 성장은 시간이 필요하고 주전급 자원의 신상에 변화가 생겨야 그 다음 선수가 기회를 얻는다.
정성룡이 떠난 현재의 수원 1번 골키퍼는 사실상 노동건(25)이다. 지난 2014년 입단한 노동건은 그 해 4경기에만 출전하며 정성룡의 실력을 지켜봤고 지난해에는 16경기를 소화했다. 시즌 초반 정성룡의 부상과 8월 기초군사훈련 공백을 노동건이 생각보다는 잘 메웠다. 노동건은 16경기 20실점으로 무실점 경기는 1경기에 불과했지만 2년차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다.
팀 내 경쟁자는 이상욱(26), 앙형모(25) 등이지만 이들은 K리그 데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신인 김선우(22)까지 4명인 수원 골키퍼진에서 노동건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독사'로 불리는 신범철 코치는 이들에게 여유를 주지 않으며 강도 높은 훈련으로 정성룡 부재를 털어버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필드플레이어들의 훈련 시간이 길어져 골키퍼들도 두 배 이상의 힘을 쏟아내고 있다.
기회를 얻은 노동건의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갑다. 지난 11일 수원의 경상남도 남해 전지훈련에서 만난 노동건은 "정말 힘들다. 저녁 9시 반만 되면 잠이 든다"라며 빡빡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음을 전했다.
노동건은 최근 4주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표로 출전, 금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큰 부담이 사라져서 팀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라고 웃었다.
수원은 창단 후 국가대표급 골키퍼가 꾸준히 골문을 지켜왔다. 신범철 수원 코치부터 이운재, 정성룡 등 정상급 골키퍼의 계보가 이어졌다. 노동건은 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수원 골키퍼는 전통과 실력이 있어야만 하는 자리다. 내가 선배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팬들에게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긴장감은 없다. 당장 내가 1번 골키퍼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금은 1번 골키퍼가 되기 위한 과정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도전을 해야 하는 위치다"라며 사실상 주전으로 나서는 첫 시즌에 대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자세도 차분해졌다. 그는 "설레는 마음은 있지만 냉정하게 나서려고 한다. 팀 상황이 어려워 전력에 대한 의심이 있는 것도 알지만 기회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선수도 있으니 이들을 지켜봐 줬으면 한다"라며 신뢰를 강조했다.
시즌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정규리그를 병행하는 것은 노동건의 행보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그는 "지난해 두 대회를 치러봐서 노하우가 생겼다. 대학 시절에는 두 대회를 치를 일도 없었고 리그 경기가 끝나자마자 해외 원정으로 바로 떠나는 일도 없어 지난해 많이 힘들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그는 "한 번 해보면서 골키퍼가 어떻게 몸 관리를 하는지 알았다. 올해는 초반에 집중해서 '수원, 정성룡 공백 크다'는 식의 걱정이 없도록 하겠다. 온 힘을 다해서 뛰겠다. 올해 잘 해낸다면 나중에 더 좋아지리라 믿는다"라며 이를 갈았다.
가장 기다려지는 경기는 FC서울과의 원정 슈퍼매치다. 그는 "지난해 원정에서 정말 아프게 지지 않았는가. 홈에서 치른 슈퍼매치 경험은 있어도 원정에서는 없는데 제대로 이겨보고 싶다. 데얀하고는 지난해 그가 베이징 궈안(중국)에서 뛸 당시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경험해봤다. 한 번 잘 막고 이겨보고 싶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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