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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 스타가 뛴다]KIA 김원섭…밝지 않아도 '은은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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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통산 1천경기 출전 달성, "40세까지 야구하는 것이 목표"

[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의 김원섭(38)은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프로에 몸담으며 한 번도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다. 2009년 비 시상 부문인 3루타 1위(9개)를 차지한 것이 전부다.

운동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만성간염이라는 지병도 안고 있다. 그러나 김원섭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이를 극복해냈다. 지난 시즌 역대 120번째로 달성한 통산 1천경기 출전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한 번도 눈부시게 빛났던 적은 없다. 하지만 긴 세월 동안 김원섭은 은은한 빛을 밝히며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마흔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다"는 그의 목표도 이제 멀지 않다.

◆두산에서 KIA로 트레이드, 관심 못 받던 무명선수

깁원섭은 2001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프로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단국대 재학 시절 우투좌타 외야수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프로 데뷔 후에는 철저한 무명으로 지냈다.

2003년 두산에서 KIA로 트레이드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김원섭에게는 변변한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외야 백업 멤버로 간간이 경기에 출전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2006년 기회가 찾아왔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외야에 자리가 비었고, 그 자리를 김원섭이 차지했다. 2006년 김원섭은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7리를 기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조금씩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주전 자리 잡았으나 '주연 아닌 조연'

2006년 활약을 바탕으로 김원섭은 2007년부터 주전으로 자리를 잡아나갔다. 2010년까지는 4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했고, 2008년과 2009년에는 2년 연속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2009년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KIA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를 꺾고 통산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원섭도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모두 출전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원섭은 주연이 아닌 조연이었다. 당시 KIA 우승의 주연은 외국인 원투펀치를 이룬 로페즈와 구톰슨 듀오, 홈런왕과 함께 시즌 MVP를 차지한 김상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나지완 등이었다.

모든 선수가 주연일 필요는 없다. 조연이 있어야 주연도 빛날 수 있다. 2009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때도 마찬가지였다. 7차전 4-5로 뒤지던 7회말 터진 김원섭의 동점 적시타가 아니었다면 9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도 없었을 것이다.

◆위기 넘어 달성한 1천경기 출전

우승 이후로도 김원섭은 간염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0년 2할3푼8리까지 떨어졌던 타율을 2011년 2할7푼1리, 2012년 3할3리까지 끌어올렸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종 부상을 입으며 42경기, 44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지난해 다시 110경기에 나서며 타율 2할6푼7리 5홈런 33타점을 기록했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았던 김원섭의 야구인생이라 할 수 있다.

1천경기 출전을 달성한 경기가 극적이었다. 지난해 7월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7회말 대타로 등장해 볼넷으로 걸어나간 김원섭은 9회말 다시 돌아온 타석에서 3-3으로 맞선 가운데 끝내기 스리런포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진짜 드라마는 끝내기 홈런이 나온 1천번째 경기가 아니라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버텨온 그의 야구 인생이었다. 1천경기 출전 달성 후 김원섭은 "간염 등 몸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달성한 기록이라 나에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목표까지 앞으로 두 시즌, 유종의 미를 향해

김원섭의 목표는 마흔살까지 현역 선수로 뛰는 것이다. 1천번째 경기에 나선 뒤 직접 밝힌 목표다. 김원섭의 올해 한국 나이는 서른아홉. 내년 시즌까지 뛰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미 적지 않은 나이다. 리빌딩이 필요한 팀 상황도 김원섭에게는 불리한 요소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위기를 극복해냈던 김원섭이다. 주전이든 백업이든 KIA는 아직 김원섭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올 시즌 김원섭은 데뷔 16년차를 맞는다. 긴 세월 그라운드를 누벼온 그의 '명품다리'는 앞으로 2년 동안은 충분히 달릴 준비가 돼 있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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