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송진우(50) KBS N 해설위원은 한국 프로야구가 배출한 레전드 중 한 명이다. 그가 남긴 통산 210승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대기록. 현역 투수 중 통산 최다승은 배영수(한화)가 기록 중인 128승에 불과하다.
송 위원은 지난해 '2015 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의 코치를 맡아 한국의 초대 챔피언 등극에 힘을 보탰다. 지도자로 처음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맛본 것. 세계 각국과의 대결을 통해 여러가지를 느낀 소중한 경험이었다.
일본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한 오타니 쇼헤이(22, 니혼햄)의 투구도 송 위원의 시선을 빼앗은 것 중 하나였다. 오타니는 한국과의 개막전과 준결승 두 경기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 7이닝 무실점 등 완벽투를 펼쳤다.
특히 시속 160㎞대의 빠른공에 섞어 던진 140㎞ 후반대의 포크볼은 KBO리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위력적인 구종이었다. 오타니가 국제대회를 맞아 평소보다 더욱 집중한 측면도 있지만, 오타니와 같은 특급 에이스의 존재는 한국 대표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오타니의 투구를 직접 지켜봤던 송 위원은 "괴물은 괴물이더라"며 "국제대회라 더욱 힘을 모아 던진 부분도 분명 있겠지만, 직구가 오승환보다도 좋아보였고 거기에 변화구랑 포크볼까지 던지니 타자들이 제대로 칠 수가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오타니의 등장은 한국 프로야구에도 메시지를 던졌다. 류현진 이후 국가대표팀의 확실한 에이스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프리미어12를 우승으로 장식하긴 했지만, 한국은 그 안에서 과제 또한 받아들었다.
그러나 송 위원은 "고교야구 팀 숫자가 우리나라는 60개 정도, 일본은 4천개 이상이라고 한다"며 "요즘에는 무조건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승패와 관계없이) 우리나라 선수들이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양국 야구 환경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송위원은 "만약에 우리나라에 4천개 이상의 고교야구 팀이 있다면 일본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오타니같은 선수가 나오는 것을 바라기보다 우리 수준에서 어떻게 선수를 키워낼 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위원이 투수 육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철저한 투수 분업화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시즌 중 보직이 변경되는 투수들이 많다는 것. 1군과 2군의 보직이 연계될 필요성이 있다는 것도 송 위원의 생각 중 하나다.
송 위원은 "팀 사정상이라고 하지만,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것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경험을 쌓은 선수들도 1군에서는 중간 계투로 던진다"며 "그런 부분에서 지도자들이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야할 것 같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미국에서는 투수들의 보직이 보다 분명히 정해져 있다. 메이저리그에 선발 투수가 필요하면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발 투수를 불러올린다. 불펜 투수들 또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간다 해서 보직이 바뀌는 경우는 별로 없다. 송 위원이 지적한 KBO리그와 다른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송 위원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게 하기 위해서는 야구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며 "마운드의 경우 불펜 투수들은 많이 발전했지만 선발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FA 선수들도 많은 돈을 받는만큼 책임감을 갖고 몸 관리를 잘 해서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좋은 대우를 받는 FA 선수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2차례나 FA 계약을 맺고 '모범 FA'의 정석으로 남아 있는 송 위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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