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아름다운 퇴장이다. NC 다이노스가 이상적인 세대교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NC에서는 최근 베테랑 투수 3명이 모두 은퇴를 결정했다. 박명환(38)이 9일, 손민한(40)과 이혜천(36)은 12일 차례로 은퇴를 발표했다.
박명환은 은퇴와 함께 고양 다이노스 C팀(퓨처스팀)의 투수 보조코치로 새출발한다. 손민한도 NC에 남아 유소년 야구 육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이혜천은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건너가 호주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세 선수 모두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다. 박명환, 손민한은 배영수(한화)와 함께 2000년대 '우완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며 '100승 투수'의 길을 걸었다. 박명환은 통산 103승, 손민한은 123승을 기록한 뒤 유니폼을 벗는다. 이혜천도 전성기 시절 일본 무대까지 밟았던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등 떠밀려 유니폼을 벗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현역으로 뛸 수 있는 기량이지만 이들은 구단과 상의해 명예롭게 은퇴를 결정했다. 팀 분위기가 좋은 상황에서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유니폼을 벗는 것. 올 시즌 NC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 창단 첫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다.
베테랑의 은퇴에는 잡음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아직 더 뛸 수 있다는 선수와, 세대교체를 필요로 하는 구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 그러나 이번 NC의 베테랑 투수 3인방이 은퇴하는 데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적어도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가장 먼저 은퇴를 발표한 박명환은 "구단과 감독님께서 좋은 자리를 제안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우리 팀에 좋은 후배들이 많은데, 후배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손민한은 "올 시즌 팀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뒤 멋진 퇴장에 대해 고민했다"며 "그동안 베테랑이 물러나는 것은 항상 논란이 됐다. 상황에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 명예롭게 떠나는 은퇴를 생각했다. 이제 그 때라고 생각한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혜천은 "NC에서 은퇴하게 돼 영광이다. NC가 한국에서의 종착역이라 생각했다"며 "선수로서 실력과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준 구단과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한국 무대를 떠나는 것에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았다.
세 선수의 말에서는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구단과 김경문 감독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뜻을 내비쳤다. 세 선수 모두 제2의 야구인생이 확실하게 준비돼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물론 박명환, 손민한, 이혜천은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 NC에 입단했다. NC가 이들의 재기를 도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들과 NC가 보여준 깔끔한 은퇴 과정은 다른 구단들에게도 분명 의미있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베테랑으로서 기량은 물론 후배들의 성장에도 큰 도움을 줬던 세 선수다. 신생팀으로 창단한 NC에는 검증되지 않은 젊은 투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NC는 짧은 기간 안에 마운드가 급성장, 최근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다.
여기엔 박명환, 손민한, 이혜천의 공도 일정 부분 포함돼 있다. 이제 베테랑들은 떠나지만 NC의 마운드는 여전히 강하다. 이상적인 세대교체가 NC의 마운드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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