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리기자] 2015년, 대한민국 여심이 이상윤에게 푹 빠졌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을 마친 이상윤은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시청률 숫자보다 더욱 기쁜 건 자신이 연기한 차현석 캐릭터에 쏟아지는 시청자들의 사랑이다.
드라마를 찍을 동안 단 하루도 휴일이 없을 정도로 빡빡한 촬영 스케줄을 소화했던 이상윤은 촬영 당시에는 오히려 느끼지 못했던 체감 인기를 드라마 종영 후에서야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두 달 동안 개인 생활은 완전히 멈춘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촬영 분량도 워낙 많았다. 오히려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여성 시청자 분들의 사랑을 알 것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차현석과 이상윤, 비슷하면서도 다른 남자"
'두 번째 스무살'에서 이상윤은 하노라(최지우 분)의 고교 동창이자 최근 가장 촉망받는 신진 연출가 차현석 역을 맡았다. 일에는 프로페셔널하고 모든 것에 완벽하지만, 첫사랑 하노라 앞에서는 10대로 돌아가고 마는 매력 만점 캐릭터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는 어른일지 몰라도 노라만 만나면 감정적으로 변하는 게 차현석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차현석을 연기하는 재미이기도 했고요. 왔다갔다 하는 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여러 가지 모습을 대본으로 많이 써주셔서 여러 연기를 많이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사랑하고 싶은 남자 차현석 역을 맡은 이상윤은 '얼굴이 곧 개연성'인 비주얼과 '얼굴 이상의 설득력'을 가진 연기로 안방을 압도했다. 차현석의 인기는 이상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특히 차현석은 까칠하면서도 남몰래 하노라를 챙겨주는 속 깊은 배려와 따뜻함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이상형인 남자. 게다가 밤송이처럼 까칠한 외피를 가진 그는 사실 한 여자를 20년간 잊지 못했으면서도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부부의 재결합까지 추진할 정도로 올곧은 순정을 가졌다. 그렇다면 극 중 차현석과 실제 이상윤은 얼마나 닮아있을까.
"차현석은 세심하게 챙겨주지만 대놓고 챙겨주진 않잖아요. 그런데 뭘 필요한지를 다 알고 있는 그런 모습을 볼 때 여자 입장에서 참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자 마음을 잘 알고 소현경 작가님이 써주셨구나, 남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세심하게 챙기기가 쉽지 않은데' 감탄했죠. 또 나서야 할 때 멋지게 나서 주잖아요. 남편이 불륜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에도 '너 나쁜 놈이야' 하고 나서는 게 아니라 둘 사이가 잘 될 수 있게 유머러스하게 풀면서 나서는 게 '차현석은 정말 멋진 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챙겨주고 모른 척 하는 스타일은 썩 못 돼요. 그냥 챙겨주죠(웃음). 50% 정도 닮아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면은 까칠한 것? 평사시에 그렇게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거든요. 늘 친절한 역할만 맡았었는데 '라이어 게임' 때부터 정말 편한 캐릭터를 맡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어떤 역할이든 다 해보고 싶은 욕심 있다"
'두 번째 스무살'로 최지우와 로맨스 호흡을 맞춘 이상윤은 지난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에어시티'에서 최지우의 동창생으로 짧게 출연한 경험이 있다. 약 8년 만에 단역에서 최지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연으로 성장한 이상윤은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제 스스로 그 때 부족했던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같이 연기하기에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났던 것 같아요.최지우 선배님이 노라 역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번에는 그 때처럼 하지 않고 그동안 제가 열심히 작품을 하고 경험을 쌓은 만큼 주거니 받거니 같이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드라마의 성공 역시 최지우에게 돌렸다. "갖춰진 상황의 작품을 만난 것 같다"는 이상윤은 "좋은 대본, 좋은 연출, 좋은 연기자, 최지우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시는 상황 속에서 저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감사했다"며 "고생은 최지우 선배님이 다 하고 그 덕을 같이 본 느낌이랄까"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서울대학교 출신인 이상윤에게는 늘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사실 졸업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고 겸손해 하는 이상윤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않은 편이에요.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편이죠. 완벽을 추구한다기에는 완벽해지지 않기 때문에 좀 그렇지만 늘 자기를 채찍질 하려고 노력해요. 연기는 깊이도 중요하지만 시작은 자신감이거든요. 30대 남자의 매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면 30대 남자의 매력의 한 부분은 자신감이기도 하더라구요.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밀어부치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걸 최근에 조금 느끼게 됐어요."
여물어 가는 30대 배우 이상윤에게 '두 번째 스무살'은 여러모로 감사한 작품이다. 높은 시청률도 그렇지만, 특히 앞으로 더욱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길 원하는 그에게 한층 다채로운 캐릭터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줄 시발점이기도 하기 때문.
"연기자로서 하나의 이미지를 갖는 게 싫다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만 보시는 게 싫어요. 연기자니까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한 가지 이미지에만 안주하고 싶지는 않아요. 만약 그랬다면 '라이어 게임'도 하지 않았을 거에요.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제 여러 이미지를 다 인정해 주셨으면 하는 욕심이 있죠. 이것만 좋아해 주신다고 해서 한 쪽만 하려고 하는 생각은 없어요. 어떤 역할이든 다 해보고 싶어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연기자가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 펼칠 기회가 없을 뿐이거든요. 다른 느낌을 보여줘서 좋은 것은 하나의 이미지가 있을 때 그것 하나만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거죠. 모든 연기자는 다 똑같을 거에요.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것도 좋지만 그것 외의 색깔도 보여주고 싶고, 또 보여줄 수 있어요. 그 기회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인 거죠. 저 역시 그 기회를 얻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고요. 앞으로 조금씩 모습을 넓히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시간이 지나서 지금 이상윤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그런 모습이 있었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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