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너무 일찍 축배를 들었을까. '국민로코'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쐈던 '그녀는 예뻤다'가 막판 김빠진 전개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종영까지 남은 2회, 애증 드라마가 아닌 '애정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지난 4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본격 '모스트 구하기' 드라마였다. 1위를 탈환하지 못하면 폐간되는 모스트 편집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레너드 킴의 인터뷰가 물거품이 되면서 성준(박서준 분)은 각자 하고 싶었던 아이템들로 마음껏 기사를 써서 구멍 난 페이지를 메우자고 했다. 팀원들 역시 후회 없이 기사를 쓰고 마감 날을 맞이했다. 흥겹고도 아쉬운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회포를 풀었다.
마지막 10분은 미스터리한 퍼즐이 풀리는 시간이었다. 베일에 가려져있던 소설가 텐과 진성매거진 회장 아들의 정체는 각각 신혁(최시원 분)과 풍호(안세하 분)였다. 다소 싱겁게 그 궁금증이 풀렸다. 이젠 두 사람이 모스트의 조력자가 돼 기사회생할 일만 남은 건가.
주변 인물들의 정체가 어느 순간 부각 되면서 황정음과 박서준의 로맨스는 실종됐다. '로코에서 추리물로 장르를 바꾼 것 아니냐' '본격 최시원 드라마'라는 볼멘소리에는 '뼈'가 담겨져있다.
'그녀는 예뻤다'는 주변 인물들과 모스트의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주인공 혜진과 성준의 풀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어릴 적 유순했던 성준이 왜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는지, 왜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로 변했는지 아직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그 이후의 감정선은 친절하지 못 했고, 멜로엔 깊이가 빠졌다.
'그녀는 예뻤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수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할 수 있었던 것은 '공감의 힘'이었다. 화려한 스펙도, 뛰어난 미모를 갖지 못한 평범한 흔녀. 첫사랑 앞에서 초라해지고, 자꾸만 숨게 되는 혜진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고 응원했다. 혜진의 따뜻한 첫사랑에 위안 받았고, 왕자님이 구원해 줄거라 믿는 판타지 동화가 아닌 현실 로맨스에 공감했다. 성준이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믿는 민하리(고준희 분)과 진짜 첫사랑인 혜진 사이에서 숨바꼭질 하는 스토리도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혜진의 내면을 보고 예쁘다고 말해줬던 '똘기자' 신혁도, 진정한 우정을 깨닫았던 하리도, 모두 버릴 것 없이 예쁜 캐릭터였다. 텐의 정체도, 회장 아들의 정체는 그저 드라마를 심심하지 않게 만드는 양념 정도였다.
그런데 주객전도 된 스토리에 캐릭터는 매력을 잃고 로맨스는 김이 빠졌다. 잡지사에서 고군분투 하던 청춘들의 이야기도 재벌2세와 텐의 등장에 가려졌다. 이제 종영까지 2회가 남았다. 시청자들은 해피엔딩이 될지, 새드엔딩이 될지 그 결과에 관심을 곧추세우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엔딩의 결과 뿐만 아니라, 마지막으로 향하는 과정이다. 그 길목에서 주인공들의 마음을 '친절하게' 그려줄까. 프러포즈 하나로 얼렁뚱땅 넘어가는 건 아닐까. '그녀는 예뻤다'가 예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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