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이젠 총력전이다."
14년만의 한국시리즈 정상을 목전에 둔 두산 베어스가 내친 김에 안방에서 우승 축배를 들 계획이다. 전날 잠실 4차전에서 4-3 극적인 승리를 거둔 두산은 올 시즌 잠실 마지막 경기인 31일 5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투수 총동원령까지 발동한 상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상황이 되면 (6차전 선발인) 더스틴 니퍼트까지 투입할 수 있다"며 모든 자원을 동원해 5차전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선발로 나서는 유희관이 리드를 유지한 상황에서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켜주면 곧바로 니퍼트 카드를 꺼내 삼성 라이온즈의 추격을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유희관이 초반에 흔들릴 경우에도 니퍼트를 일찍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 김 감독은 "이기는 상황이 되면 니퍼트를 앞이든 뒤이든 내보낼 수 있다"고 했다.
2013년의 악몽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당시 상황이 이번과 판박이처럼 같았다. 두산은 삼성과 한국시리즈서 맞서 잠실 4차전까지 3승1패로 정상등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5차전서 5-7로 경기를 패했다.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서 에이스 유희관을 투입해 시리즈를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당시 두산 덕아웃은 '모험' 대신 '보험'을 선택했다.
결국 5-5 동점이던 8회초 삼성 박한이가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경기는 삼성이 2점차로 승리했고, 시리즈는 대구로 이어졌다. 잠실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데 실패한 두산은 6차전과 7차전을 내리 패하고 삼성의 통합 3연패를 씁쓸히 지켜봤다. 당시 시리즈 뒤 두산은 사령탑 포함 코칭스태프가 대폭 개편되는 후폭풍을 감수해야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승부사'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김태형 감독은 당시 두산에 없었다. SK 와이번스의 불펜코치로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캠프에서 땀을 흘렸다. 그는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했다"고 소개했다. 비록 대구 현장에 직접 서 있지는 않았지만 '오리지널 베어스맨'으로서 친정팀의 우승이 좌절된 아쉬움이 컸을 터.
그는 무엇보다 단기전에선 잡을 경기는 확실하게 잡고 가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1승2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던 지난 22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좋은 예다. 당시 등판일이 아니었던 니퍼트를 3일 휴식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강수를 뒀다. 결국 두산은 7-0으로 승리한 뒤 여세를 몰아 5차전마저 잡고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김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2년 전의 쓰라린 기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가득차 있다. 경기가 대구로 이어진다는 것은 시리즈의 모멘텀이 넘어갔다는 의미다. 삼성의 체력과 전력을 봤을 때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선수들도 안방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2년 전 한국시리즈 주력멤버였던 노경은과 최재훈은 "이상하게 당시 삼성과 우리의 처지가 묘하게 바뀐 기분"이라며 "우리는 여유가 넘치는 반면 삼성이 쫓기는 상황이다. 대구로 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잠실에서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