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화가' 수지, 주저 앉아 울던 소녀 배우가 되다(종합)

[권혜림기자] 배수지가 영화 '도리화가'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배수지는 아이돌 그룹 미쓰에이의 멤버로 데뷔해 영화 데뷔작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은 핫스타다. 그에게 쉬운 선택지는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모험을 택했다. 판소리에 사투리, 숯칠까지 소화해야 했던 '도리화가'를 차기작으로 골랐다. 판소리 명창 진채선의 모습을 연기하며, 그는 가수를 꿈꾸던 자신의 소녀 시절을 돌이킬 수 있었다.

2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영화 '도리화가'(감독 이종필, 제작 ㈜영화사 담담, ㈜어바웃필름)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과 배우 류승룡, 배수지, 송새벽이 참석했다.

영화는1867년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운명을 거슬러 소리의 꿈을 꾸었던 조선 최초의 여류소리꾼 진채선(배수지 분)과 그를 키워낸 스승 신재효(류승룡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2012년작 '건축학개론'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배수지는 이 영화를 차기작으로 택한 이유를 알리며 "고민이 많았는데, '도리화가'의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다. 보고 울었던 것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너무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판소리라는 이유로 걱정도 많이 됐던 것이 사실인데 도전해보고 싶어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채선 역을 맡아 얼굴에 숯칠을 한 것은 물론 판소리, 사투리 연기까지 소화해야 했던 배수지는 "딱히 힘든 것은 없었다"며 "제가 원래 피부가 하얀 편이다보니, 숯칠을 처음 했을 때는 까매서 못봐주겠더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어 "그런데 채선 분장을 했을 때는 역에 확실히 녹아들 수 있었다"며 "적응이 조금씩 되더라"고 덧붙인 배수지는 "촬영을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촬영하나보다'라면서 보러 오시곤 했다. '수지가 있다더니 없네'라며 못 알아보시더라. 편하게 다녔다"고 밝게 답했다.

이날 수지는 실존 인물인 채선 역을 연기한 당시를 떠올리며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감정을 이입하는데는 어렵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어떤 지점에서 인물에 공감할 수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가수를 준비하며 연습실에 혼자 많이 있었다. 연습을 하면 많이 할수록 좋기도 하고, 내가 혼자 남아있을 때 희열도 느꼈다"고 답했다.

이어 "연습을 계속 하는데 많이 한다고 잘 되는 것은 아니더라"며 "한계에 계속 부딪히고 눈물도 많이 나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덧붙인 배수지는 "그런 과정이 기억이 났었다. 주저앉아 울기도 했던 그런 기억이 많이 나서 감정 이입이 됐었다"고 설명했다. 당시를 이야기하던 수지의 목소리는 잠시 감정이 복받힌듯 떨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밝은 분위기로 돌아와 이어진 질의 응답에 답했다.

실존했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이번 영화에서는 첫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 자리에 오른 배수지가 시대적 금기를 깨고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으로 성장하는 진채선 역을 맡아 류승룡과 호흡을 이룬다. 조선 시대 판소리 명창 김세종 역에 송새벽이 합류하고 흥선대원군 역에 김남길이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송새벽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배수지와 호흡한 소감을 알렸다. 그는 "제가 수지 양을 처음 봤을 때 생각보다 너무 예쁜 친구라서 '진채선 역을 하기엔 너무 예쁘지 않나'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극 중 의상을 입고 분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예쁘더라"며 "제목이 '도리화가'인데, 복숭아와 자두 꽃을 이야기한 것처럼 수지가 현장의 꽃이었다. 굉장히 잘 어울렸다"고 덧붙였다.

류승룡은 "배수지는 영리한 친구라 생각한다"며 "'건축학개론' 이후, 이 시나리오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데 배수지가 할까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출연 해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흔쾌히 한다고 했을 때 '배수지, 배우지'라는생각이 들었다"며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 그 때는 '배수지, 가수지'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류승룡은 "자유로움 속에 기본기가 탄탄하고 심지가 굳은 친구"라고 배수지를 극찬했다.

전작 '전국노래자랑'에 이어 새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종필 감독은 "음악 영화를 좋아하고, 전에 연출했던 영화 중에도 그런 영화가 있다"며 "판소리라는 소재에 굉장히 끌렸다. 잘 몰랐던 신재효라는 인물이 판소리 대가인데 이론가이면서 선생이면서 작가이면서 연출가"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저도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도 하는 입장이니 그 인물이 흥미로웠다"며 "(영화가)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맑고 근사하고 애틋했다"고 알려 기대를 높였다.

'도리화가'는 오는 11월2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