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벼랑 끝이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시리즈 탈락 위기에 처한 두산 베어스. 이제 믿을 건 하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오른 팔이다.
니퍼트가 두산의 올 시즌 운명을 두 어깨에 걸머쥐고 마운드에 오른다. 22일 잠실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이 그 무대다. 전날 3차전서 2-16으로 대패한 두산은 1승 뒤 2연패로 막판에 몰렸다. 이제 지면 끝이다. 무조건 시리즈를 24일 마산 5차전까지 끌고 가야 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가장 믿음직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초 좌완 이현호를 4차전 선발로 내정했지만 전날 대패를 지켜본 뒤 마음을 바꿨다. 니퍼트를 내세워 무조건 4차전을 잡고 5차전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치겠다는 계산이다.
니퍼트는 이번 가을 완벽히 부활했다. 올 시즌 내내 등, 골반, 어깨에 부상을 당하며 신음하던 기억도 잠시. 가을 들어 원래 모습을 온전하게 되찾았다. 특히 시즌 마지막 등판인 지난 2일 잠실 KIA전(6이닝 11탈삼진 1실점)부터 가장 최근 등판인 지난 18일 NC와의 마산 플레이오프 1차전(9이닝 무실점)까지 3경기 22이닝 3실점으로 리그 최고투수 같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NC전에선 상대 강타선을 흠잡을 데 없이 제압하면서 '니퍼트는 니퍼트'란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불안요소도 있다. 당시 경기 뒤 불과 3일 휴식 후 이날 경기에 나선다. 평소 푹 쉰 뒤 등판한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에서의 모습이 다소 달랐던 점을 감안하면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이다. 더구나 니퍼트는 당시 경기에서 공을 114개나 던졌다. 선발투수로서 한 경기를 완전히 소화하는 데 필요한 투구수이긴 하지만 3일만에 정상 몸상태를 되찾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결국 니퍼트가 최대한 정신력으로 버텨주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은 니퍼트가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켜준다면 물량공세로 나머지 이닝을 틀어막는다는 복안이다. 경우에 따라선 마무리 이현승을 8회 이전에도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아직 경험이 일천한 함덕주 등 중간계투진이 큰 무대에서 다소 불안한 점, 다음날인 23일이 이동일인 점을 종합해보면 다소 무리가 따르더라도 이현승 카드를 일찍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김 감독은 3차전서 완패한 뒤 "총력전이다. 위기 상황이라면 이현승을 조기투입할 수도 있다. 5차전까지 가려면 당연히 이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이현호도 중간에 나올 수 있다. 선수들을 믿어야 한다"며 "김현수를 중심으로 타선도 전반적으로 부진하지만 투수는 막고 타자는 쳐야 이길 수 있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배수의 진'을 친 두산이 4차전서 올 시즌 운명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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