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U-17 축구대표팀 최진철호의 스타는 단연 이승우(FC바르셀로나B)다. 무엇을 하더라도 탁월한 개인기와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성장했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회 직전에 유스팀 동료였던 장결희가 부상으로 빠져 더욱 외로웠다.
하지만, 이승우는 영리했다. 18일 오전(한국시간) 칠레 코킴보 시립경기장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B조 조별리그 1차전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이승우는 예전과는조금 다른 면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미 이승우는 상대팀에 전력 노출이 된 상황이었다. 지난달 수원 컨티넨탈컵에서도 브라질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볼만 잡으면 수비 3명이 기본으로 달려들어 전진을 막았다. 당시 이승우는 스스로 고립되는 상황에 짜증을 내는 등 그만의 기질을 숨기지 않았다.
한 달여 만에 다시 브라질과 만난 이승우와 대표팀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장결희 없이 동료들의 연계를 받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에서는 장결희와 콤비를 이뤄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이번엔 이승우 홀로 해야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변신했다. 개인기를 펼쳐야 하는 순간에는 과감한 시도를 했지만, 동료를 활용하는 플레이에도 눈을 떴다. 이날 이승우가 기록한 것은 슈팅 3개, 코너킥 2개, 프리킥 1개였다.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준 것이 사실이다.
이승우가 집중한 것은 세트피스와 패스였다. 코너킥, 프리킥을 도맡아 시도하며 최 감독이 부여한 책임감에 앞장섰다.
수비는 입때껏 이승우가 치른 경기 중 가장 열심히 가담했다. 한국 특유의 조직력 축구에 녹아들기 위해 중앙선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하며 볼을 차단하는 등 애를 썼다. 후반 11분 중앙선 부근에서 브라질이 볼을 돌리는 장면을 연출하자 가까이 붙어 막는 동작을 취하는 등 의지가 대단했다.
이승우는 이날 골이나 도움은 없었지만, 팀의 틀을 유지하는데 확실히 기여했다. 브라질이 신경질적으로 시비를 걸어오면 똑같이 대응하거나 동료들을 보호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장면도 보였다. 주심에게도 적절히 항의하는 재치를 보여줬다.
자신을 희생한 이승우 덕분에 한국은 브라질에 1-0으로 승리했다. 브라질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두며 역대 전적을 1승 1무 5패로 만들었다. 이날 경기를 제외한 이전 6경기 중 한 경기에서만 2골을 넣었고 모두 무득점에 무승이었지만 이날 한국의 어린 태극전사들은 새로운 기록을 만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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