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는 파란만장한 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감독 선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시즌 시작을 앞두고 설기현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상습적인 임금체납으로 선수들의 사기는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천은 고난을 견뎠고 김도훈 감독이 지휘하는 늑대축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아쉽게도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성남FC에 0-1로 패하며 스플릿 라운드 그룹B(7~12위)로 밀렸다. 비기기만 했어도 그룹A(1~6위)로 올라갔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그나마 한 가지 희망인 FA컵이 남아 있었다. 4강까지 오른 인천은 총력을 다해 홍보에 나섰다. 승리해 결승까지 오른다면 우승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우승 시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얻을 수 있다.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FA컵 4강전은 인천에 처절함 그 자체였다. 인천 프런트는 "감독님이 오늘은 경기 전 인터뷰를 사양하셨다"라며 고도의 집중력 유지에 힘쓰고 있음을 전했다.
김 감독은 지난 성남전 직후 눈물을 쏟았다. 골키퍼 조수혁이 부상으로 이탈한 데다 잘 싸우고도 패하며 그룹B로 밀린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다. 비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플랫3를 내세워 수비적으로 소극 대응한 데 대한 후회이기도 했다.
눈물을 씻어낸 김 감독은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FA컵 4강전에는 공격적인 선수 구성으로 나섰다. 전남 드래곤즈가 플랫3을 들고 나오자 케빈을 원톱으로 세우고 좌우에 김인성, 김대경 등 스피드가 좋은 공격수들을 배치해 전남 공략에 적극 나섰다.
90분까지 양 팀은 치열하게 싸웠지만 득점이 없었고,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인천의 뒷심이 빛났다. K리거 2년차 윤상호가 연장 전반 39초 만에 아크에서 수비수 세 명을 따돌리고 왼발로 슈팅해 전남 골망을 갈랐다.
윤상호는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광주FC에서 뛰었다가 올해 인천으로 이적해왔다. 온전하게 1부리그에서 뛴 것이 올 시즌 처음이었고 K리그에서도 6경기밖에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단 절반을 물갈이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김 감독의 믿음에 이날 결정적인 골로 보답했다.
막내가 멋진 한 방을 쏘아올리자 주장 완장을 찬 케빈도 추가골로 보답했다. 외국인 선수가 주장을 맡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강력한 믿음으로 중책을 안겼다. 김 감독은 연장 후반 시작 전에는 케빈을 따로 불러 지시를 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케빈은 9분 추가골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도훈 감독의 눈물을 창단 첫 결승 진출이라는 환희로 바꾼 120분이었다. 구단주 유정복 인천광역시 시장 앞에서 값진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도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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