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여전한 능청스러움 속에 진지함까지 배어 있었다. 두산 베어스 '느림의 미학' 유희관(29)이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2년 전의 화끈했던 기억을 재현한다.
유희관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두산이 2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황. 유희관이 호투한다면 두산은 3연승으로 충분한 휴식기를 갖고 다음 관문을 향하게 된다.
유희관은 지난 10일 1차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평소 유희관은 불펜 피칭 없이 곧바로 선발 등판에 임하는 유형의 투수. 그런 유희관이 선발 등판을 앞두고 불펜에서 38개의 공을 던졌다. 동료들도 "올 시즌 첫 피칭이냐"고 한 마디씩 던지며 그의 곁을 지나갔다.
유희관이 이례적으로 등판 전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준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는 뜻이다. 또한 정규시즌 막판 부진했던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유희관은 불펜 피칭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 공이 아무리 느려도 130㎞ 초반은 구속이 나와야 한다. 시즌 막판 127~128㎞가 나와 얻어맞았던 것 같다"며 "구속을 좀 끌어올리고 컨디션을 점검하기 위해 던졌다"고 답했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입담도 이어졌다. 유희관은 "확실히 휴식을 취하니 공에 힘이 있다.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32개, 10개밖에 안 던진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음을 유발했다.
유희관은 정규시즌 마지막 2경기에서 뜻밖의 난타를 당했다. 9월27일 LG전에서 1.2이닝 8실점을 기록했고, 3일 KIA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4실점한 후 조기 강판했다. 그 두 경기에서의 투구수가 32개와 10개뿐이었던 것. 씁쓸한 기억이었을테지만, 유희관은 그마저도 여유로운 웃음으로 발전시켰다.
두산-넥센의 3차전은 2년 준플레이오프와 꽤 흡사한 상황에서 열리게 됐다. 2013년 두산과 넥센은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는데, 5차전 선발이 유희관이었던 것. 목동구장에서 경기가 열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당시 유희관은 7회까지 노히트노런을 이어가다 8회말 첫 타자 김민성에게 안타를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유희관의 당시 성적은 7이닝 무실점. 두산이 3-0으로 앞서다 9회말 박병호에게 동점 3점 홈런을 맞고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지만, 결국 두산은 8-5로 승리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년 전의 재현을 노리는 유희관이다. 만약 두산이 3차전을 내준다면 시리즈 분위기는 또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모른다. 반대로 3차전에서 승부를 끝낸다면 다음 행보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 그만큼 유희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희관은 2년 전과 올 시즌, 언제가 전성기였냐는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지금"이라며 "2년 전에는 10승밖에 못했는데 올 시즌에는 18승을 했다"고 말했다. 2년만에 10승 투수에서 18승 투수로 진화한 유희관은 능청스러움 속에 진지함을 더하며 3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