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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전선', 비극 속에 꽃핀 웃음과 휴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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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여진구, 발군의 연기

[정명화기자] 성룡 없는 명절 극장가엔 '구 브라더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있을까 싶을 때 또 한번의 변신, 한발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있다. 익숙하다 싶을 때 전혀 새로운 얼굴로 나타나는 그들을 명배우라 부른다.

몇 안되는 명배우 중 한 명인 설경구는 그동안의 작품을 통해 많은 얼굴을 드러내왔다. 광기와 순정, 소시민과 엘리트, 순박함과 폭력성을 오가며 또 새로운 무엇이 있으랴 싶을만큼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새 영화 '서부전선'(감독 천성일, 제작 하리마오픽쳐스) 속 설경구는 과거와는 다르게 또 한번 새롭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내용도 모르는 비밀문서를 사수하기 위해 아들뻘 북한군과 몇날며칠을 대치하는 모습은 '공공의 적'이나 '실미도', '스파이' 등과는 다르게 구수하다. 믿고 보는 설경구와 그에 필적하는 소년 여진구의 케미, 두 사람의 연기는 영화 내내 발군이다.

'서부전선'은 농사 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 소년병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대결하는 내용을 그렸다. 거창한 스토리와 달리 전쟁 속 작은 전쟁을 벌이는 이들의 대결은 우습기 그지 없다. 제대로 총 한번 쏴 본적도, 탱크병이라고는 하나 탱크 한번 몰아본 적이 없다.

노총각 신세를 겨우 벗어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는 순간 전쟁터로 끌려나온 남한군 쫄병과 7형제가 전쟁터에서 죽고 유일하게 남은 자신마저 소년병으로 징집된 북한군 쫄병. 좁은 탱크 안에서 벌어지는 두 사람의 대결은 점점 쌓여가는 정(情)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평범한 두 사람이 쫄병이 되어 서부전선이라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만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서부전선'은 드라마 작가로 명성을 떨쳐온 천성일 감독의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드라마를 통해 끈질긴 추격과 대결을 그렸던 그는 두 시간의 영화에서 웃음과 함께 따뜻한 감동, 전쟁의 무용론을 펼쳐보인다.

설경구와 호흡을 이뤄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인 여진구는 많은 여성팬들의 전폭적인 지원만큼이나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다. 그 나이또래에서 찾기 힘든 능숙함과 함께 소년의 순수함을 갖춘 좋은 재목이다.

쟁쟁한 조연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영화 초반 빠르게 운명을 달리한다. 설경구와 여진구, 두 사람만으로 영화는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끌어가며 '웰컴 투 동막골'의 웃음과 감동, 전쟁영화의 비극, 명절에 잘 어울리는 휴머니즘 등을 표현해 낸다.

성룡 형님이 사라진 명절 극장가에 그만큼의 웃음과 액션, 케미를 자랑하는 '구브라더스'가 추석 가족 관객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탱크를 직접 제작하며 70여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서부전선'은 12세 관람등급, 112분으로 오는 24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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