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그러니까 이쪽 부근을 막아야죠."
"아니에요. 좀 더 이쪽을 넓혀야 잘 빠지죠."
전북 현대-감바 오사카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열린 지난 26일. 경기 전 전북 구단 사무국에서는 열띤 토론의 장이 열렸다. 전북 구단 프런트와 전주시청 관계자들 간의 대책 회의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들으면 축구 작전을 짜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전북은 올 시즌 연고지 전주를 비롯해 전북 도내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팀으로 순조롭게 정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 15경기 평균 홈 관중이 1만6천70명으로 전체 12개 구단 중 2위다. 전년 대비 경기당 무려 2천915명이 더 찾고 있다. 팬들의 성원은 자연스럽게 클래식 1위, 챔피언스리그 8강 순항으로 이어졌다.
이날 전주시청 관계자들과의 논의는 경기장 주변 시설 개선, 주차 등의 문제였다. 관중 증가 추세가 확실한 가운데 전주월드컵경기장 접근성과 편리성을 어떻게 높이느냐를 놓고 논의를 했다. 이미 몇 차례 관련 문제로 대화를 나눴고 앞으로 계속 만나 방법을 찾을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전북은 그동안 전주시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구단이 지역 사회에 수십억원을 지출해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모기업의 존재로 인해 축구단은 가려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전북이 좋은 성적을 내고 관중이 찾는 구단이 되면서 전주시의 생각도 달라졌다. 일례로 지난달 26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를 찾은 김승수 전주시장은 0-1로 끌려가던 경기가 2-1로 뒤집힌 뒤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이날 전북은 시즌 최다인 3만1천192명의 관중을 모았다. 귀빈석에서 경기를 보다 관중석을 가득 채우고 한목소리로 "오~오~렐레"를 외치며 응원하는 축구팬들의 열기에 놀란 김 시장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겼다고 한다. 다음날 시청 간부회의에서 김 시장은 이 동영상을 보여주며 시민들을 하나로 묶고 즐거움을 주는 전북 구단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한 뒤 확실한 지원을 강조했다.
전북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경기 당일이 되면 주변인들의 문의 전화가 정말 많이 온다. 이제는 돈을 내고 축구를 보러오는 인식이 굳어진 것 같다. 지역 사회의 중요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다. 시에서도 정말 큰 도움을 준다"라고 전했다.
감바전에서는 전북의 역대 평일 경기(공휴일 제외한 순수 평일) 최다인 2만3천633명의 관중이 찾았다. 한일 프로팀 대항전이라는 특수성도 있었지만, 평일에 관중 2만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놀라운 숫자다.
관중들 중에는 산학협력협약(MOU)을 맺은 전주 기전대학교 임직원과 학생 1천여명도 있었다. 이들은 버스 22대에 나눠타고 자발적으로 전북을 응원하러 왔다고 한다. 전체 재학생이 3천여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지만, 일부 학생들은 감동을 받아 지도교수에게 다음 경기에도 오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학교 측에서도 경기 당일 경기장으로 향하는 버스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전북도 기전대학과의 상생을 고민하고 있다. 기전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응급구조과 학생들을 경기 때 관중석 곳곳에 배치해 응급 상황에 대비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학생들은 실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전공 능력을 점검하고 구단은 응급구조 지원으로 관중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으니, 윈-윈이 가능하다.
이미 전북은 전북대학교와도 공동발전 협약을 체결하고 이남호 총장을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 총장은 다음 달 16일 일본 오사카에서 예정된 감바와의 챔피언스리그 2차전 원정 경기도 동행해 응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오는 31일 전북대 교직원들에게 구단이 지역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강의로 화답한다.
전북은 향후 지역 대학과의 교류를 더 강화해 인재 찾기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수용해 구단과 지역 발전의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전북 구단의 장기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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