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깊은 아쉬움으로 새하얗게 지샌 밤. 아침이 밝아올 무렵에야 우규민은 '잘못은 나에게 있구나'라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LG 트윈스의 사이드암 에이스 우규민(30)은 지난 22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LG가 3-2로 앞선 8회초 불펜진에 마운드를 넘겼으나 9회초 3-3 동점이 되면서 우규민의 승리가 날아가 버렸다.
동점 과정이 좋지 않았다. 마무리 봉중근이 2사 1루에서 박헌도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오지환이 공을 뒤로 빠뜨리면서 1,3루가 됐고, 이어 등장한 서건창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LG가 동점을 내준 9회초. 중계 카메라에는 우규민의 아쉬운 표정이 생생히 잡혔다. 아랫입술을 질끈 깨무는 모습도, 눈동자가 촉촉히 젖은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우규민은 9회말 박용택의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가 확정되자 그라운드로 나가 오지환을 위로했다.
다음날인 23일 잠실구장. 다소 피곤한 얼굴로 모습을 드러낸 우규민은 전날 상황을 묻는 말에 "어제는 많이 속상했다"며 "그래서 아침 8시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고 아쉬움의 깊이를 드러냈다.
이어 우규민은 "왜 승리를 못했을까 생각을 하다가 새벽 6시 쯤 '아 내 잘못이구나'라고 깨달았다"며 "만약 내가 7회초 점수를 안줬다면 (진)해수나 (임)정우가 더 편하게 8~9회를 던졌을테고, 타자들도 8회말에 쉽게 점수를 냈을 것이다. 모두 내가 7회초 점수를 줘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22일 경기에서 LG는 6회말까지 3-1로 앞섰다. 그러나 7회초 우규민이 한 점을 내주며 3-2로 쫓겼고, 8회말 무사 만루 황금의 찬스에서 한 점도 뽑지 못하며 결국 9회초 3-3 동점을 허용했다. 이 모든 과정을 우규민은 스스로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3년 연속 세 자릿수 승리에 도전하는 우규민은 올 시즌 7승을 기록 중이다. 만약 22일 승리를 추가했다면 8승이 되면서 10승 달성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의미있는 기록을 향한 기로에서 동료의 실책으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으니 누구라도 속이 상할만 했다.
그러나 우규민은 깊은 고민과 아쉬움 끝에 마치 해탈한 모습을 보이며 '내 탓이오'를 외쳤다. 우규민의 올 시즌 성적은 18경기 등판 7승6패 평균자책점 3.46. 사실상 LG의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는 우규민은 마음가짐도 에이스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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