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큰 기대를 받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더스틴 니퍼트의 복귀 후 2번째 선발등판은 '재앙'에 가까웠다. 직구 구위는 전성기에 비해 못미쳤고, 공은 몰렸다. 브레이킹볼의 각은 무뎠다. KIA 타이거즈 타자들은 마치 타격연습하듯 니퍼트를 난타했다.
어깨통증으로 2달여의 휴식을 거쳐 지난 5일 울산 롯데전에서 복귀했다. 복귀전 당시에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5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으로 선발투수의 최소임무는 다했다. 선수단 안팎에선 다음 등판인 12일 광주 KIA전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치솟았다.
그러나 7일 만의 등판인 이날 니퍼트는 전혀 그답지 못했다. 첫 이닝부터 흔들렸다. 1회말 선두 신종길에게 좌익수 옆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가 시작됐다. 후속 김민우의 희생번트에 이어 필의 2루땅볼 때 첫 실점했다.
2회에는 1사 뒤 나지완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았다. 볼카운트 2-1에서 구사한 133㎞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통타를 당했다.
두산 타선이 3회초 2점을 내 동점이 된 3회말. 니퍼트는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박찬호, 신종길에게 연속안타를 맞은 뒤 1사 2,3루에서 필에게 2타점 중전적시타를 내줬다.
이곳으로 끝이 아니었다. 2-4로 뒤진 4회에는 선두 나지완을 몸맞는 공으로 내보내더니 백용환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무사 2,3루에선 김호령 타석 때 폭투를 범해 추가실점했고, 이어진 김호령의 2루 도루로 몰린 무사 2,3루에서 박찬호를 투수땅볼로 잡은 뒤 결국 진야곱과 교체돼 투구를 마쳤다. 진야곱이 김민우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하면서 니퍼트의 실점은 무려 7로 불어났다.
이날 니퍼트는 직구(44개) 위주의 피칭에 슬라이더(15개)를 곁들였다. 커브(4개)와 체인지업(5개) 구사 빈도는 적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3㎞까지 찍혔지만 KIA 타선이 쉽게 공략할 만큼 공에 힘이 없었다. 아직 실전 투구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모습이었다. 니퍼트는 전날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하루를 추가로 쉬었다. 6일에 걸친 긴 휴식이 독으로 작용한 듯했다.
이날 니퍼트의 기록은 3.1이닝 6피안타 7실점. 투구수 68개(스트라이크 45개)에 탈삼진 3개 볼넷 1개였다.
패전투수로 이름이 올라간 니퍼트는 시즌 4패(3승) 째를 안아야 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4.75에서 5.48로 급격히 불어났다. 두산은 KIA에 3-10으로 완패했다.
우승을 위해 매 경기 피를 말리는 두산 선수단에선 니퍼트가 가장 중요할 때 로테이션의 중심축 역할을 맡아줄 것이란 기대감이 드높다. 그러나 이날 KIA전에서 니퍼트는 니퍼트다운 투구와 한참 거리가 있었다. 니퍼트가 하루 빨리 살아나야 두산의 시즌 막판 행보가 가벼워 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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