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축구대표팀은 북한과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를 벌여 종료 직전 임창우(울산 현대)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당시 북한은 경기 내내 한국 선수들을 자극했다. 심판이 보이지 않으면 발로 정강이를 차거나 유니폼을 잡고 늘어지거나 하는 방식이었다. 장신의 김신욱이 부상 상태에서도 투입된 뒤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는 골키퍼 리명국이 "머리를 깨버리겠다"는 의미의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등 심리전을 펼쳤다.
한국-북한전은 선수들끼리 서로 말이 통한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서로의 작전을 빨리 알아차리고 대응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시끄럽게 욕설과 위협을 하니 경기 중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현역 시절 북한과 경기를 해본 경험이 있는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경기 내내 듣고 싶지 않은데 욕을 하고 위협을 하더라. 그래서 일부 선수들은 스타킹에 바늘 등을 감추고 들어가 몰래 찌르고 버리는 식으로 대응한 기억이 있다"라고 오래된 에피소드를 전했다.
사상 첫 남녀 동반 동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에 북한의 '입축구' 경계령이 떨어졌다. 남자, 여자 모두 북한을 이기면 우승 확정이다. 선수들도 북한의 입축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일단은 적절히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무더위 속에서 두 경기를 치러 체력이 바닥난 상태여서 정신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신력이라면 양 팀 모두 최고 수준이라 신경전에 말리지 말아야 한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조심스럽다. 중국전에서 A대표 데뷔전을 치러 데뷔골을 넣었던 이종호(전남 드래곤즈)는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북한 선수를 만났는데 무서워서 인사도 못 했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면 뒤로 가게 된다"라고 웃었다.
북한은 강력한 피지컬을 앞세운 데다 입까지 거칠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재성은 "북한은 피지컬과 강한 정신력이 있다. 우리만의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임창우는 절대로 북한의 신경전에 말려들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북한은 볼이 없을 때 뒤에서 다리를 걷어차거나 욕을 한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북한 선수와 신경전을 펼친 적이 있다. 그것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라며 철저한 집중력을 강조했다.
북한 김창복 감독이 경계대상으로 찍은 김승대(포항 스틸러스)은 아시안게임 당시를 회상하며 "'간나 **. 축구 못하게 해버리겠다. 발목을 담가버리겠다'라고 하더라. 그냥 듣고 말았는데 그런 식으로 해도 우리가 이기면 무용지물이다"라며 그 특유의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여자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남자 A대표의 경우 2009년 4월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북한을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지만, 여자는 2010년 이후 매년 한 번씩 꼭 북한과 만났다. 자연스럽게 선수들끼리 인사도 나누고 친분이 있는 사이가 됐다. 이전보다는 경기 중 북한의 욕도 많이 줄어들었다.
전가을(현대제철)은 "여자도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자기들끼리 서로 험한 말을 주고받더라"라며 한국만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면 상대가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주장 조소현(현대제철)도 "북한에는 물러서지 않고 거칠게 맞서야 한다. 늘 선제골을 내줘서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그러면 안 된다"라며 강력한 정신력을 앞세운 축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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