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팽팽한 경기의 흐름은 홈런 한 방에 갈렸다. 노히트행진도, 리드도 그리고 투수의 평정심도 한꺼번에 날아갔다. 결과는 최악으로 돌아왔다.
29일 잠실구장. 홈팀 두산 베어스와 맞선 한화 이글스는 5회초까지 1-0 살얼음판 같은 리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발 배영수의 기가 막힌 역투가 시종 이어졌다. 4회까지 두산 타선을 상대로 단 1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지배했다. 초구 2구에 성급히 달려들던 두산 타선은 배영수의 완급조절에 말려들면서 쉽지 않은 경기를 이어갔다.
반전의 계기는 공 하나였다. 5회말 2사 뒤 정진호가 좌타석에 들어섰다. 그간 2군에 머물던 정진호는 이날 경기에 앞서 내야수 양종민과 함께 1군으로 승격됐다. 앞선 3회 첫 타석서 유격수 땅볼에 그친 그는 초구 볼을 고른 뒤 2구째 스트라이크를 지켜봤다.
그리고 3구째 142㎞ 직구가 몸쪽 높이 들어오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배트의 스윗스팟에 제대로 맞은 타구는 습기 가득한 잠실의 밤하늘을 가르더니 우측 담장을 훌쩍 넘었다. 동점 솔로홈런. 두산의 무안타 행진이 깨진 순간이었다.
배영수가 던진 공은 몸쪽으로 꽉차게 붙었지만 코스가 높았다. 좀 더 낮게 제구가 됐더라면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만 좌타자가 치기 좋은 공이 되면서 홈런타구로 연결됐다. 공 한 개의 실투로 노히트 행진과 리드가 동시에 날아간 것이다.
설상가상 배영수의 투구리듬마저 끊어졌다. 마음의 평정심이 순간적으로 무너진 배영수는 후속 김재호에게도 좌월 역전 백투백 솔로홈런을 허용하더니 박건우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결국 강판됐다.
또 다시 바뀐 투수 송창식이 허경민과 로메로에게 좌측 적시 2루타, 오재일에게 2타점 중전안타를 쉴새 없이 허용하면서 한화는 5회에만 순식간에 6실점을 기록했다. 결국 한화는 김범수와 정범모로 투수와 포수를 동시에 교체한 뒤에야 간신히 이닝을 마칠 수 있었다. 이날 한화는 2-8로 완패하며 전날 10-2 대승의 기운을 잇지 못했다.
2아웃을 잘 잡고도 무려 9타자를 연속 출루시킨 결과가 무척 썼다. 실투 하나가 두고두고 아쉽게 된 배영수와 한화였다. 반대로 긴박한 순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실투를 '받아먹은' 정진호 덕분에 전날 대패의 쓴 기억을 지운 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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