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에서 뛰고 있는 공윤희는 지난 2013-14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선수다. 그런데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코트에 나와 뛴 시간이 얼마 안됐다.
데뷔 시즌이던 2013-14시즌 15경기(38세트) 출전에 그쳤다. 이유는 부상 때문이다. 오른쪽 발목이 좋지 않았는데 드래프트가 끝난 뒤 열린 전국체육대회에 참가하면서 상태가 악화됐다.
공윤희는 시즌 내내 부상 치료와 재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부상 여파는 2014-15시즌까지 계속됐다. 20경기(41세트) 출전에 그쳤다. 코트에 나와도 주로 원포인트 서버나 블로커 역할을 맡았다.
그는 "전체 1순위 지명이라는 얘기가 꼬리표처럼 붙었는데 정말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기대주로 꼽혔지만 정작 코트에서 활약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공윤희에 이어 2순위로 뽑힌 고예림(한국도로공사)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고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공윤희는 "차라리 (고)예림이가 1순위로 뽑히고 내가 뒤에 지명됐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힘들었던 당시를 기억했다.
공윤희는 지난 19일 끝난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부상을 털어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흥국생명이 치른 3경기(10세트)에 모두 주전으로 나와 25점을 기록했다. 공윤희가 앞선 두 시즌 동안 올린 득점은 12점이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컵대회를 앞두고 공윤희의 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세화여고 시절 센터와 라이트로 뛰었던 그에게 레프트로 변신을 요구했다.
공윤희는 "배구를 시작한 뒤 처음 뛰어보는 자리"라고 했다. 박 감독은 2015-16시즌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공윤희와 정시영을 팀의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정시영이 라이트를 맡고 공윤희를 레프트로 보내는 게 주된 내용이다.
흥국생명은 오프시즌 들어 레프트 전력이 허전해졌다. 곽유화와 박성희가 각각 은퇴와 임의탈퇴(박성희는 실업팀 포항시청에 입단했다)로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주예나를 리베로로 돌린 상황이라 누군가는 레프트로 가야 했다. 신장이 작은 편이 아닌 공윤희가 박 감독의 눈에 들어왔다.
공윤희는 컵대회를 통해 레프트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는 "처음 뛰어 보는 자리지만 흥미롭다"며 "리시브와 수비 훈련이 재미있다"고 웃었다. 공격보다 수비, 특히 리시브에 재미를 느끼는 걸 보면 박 감독과 코드가 잘 통하는 것 같다. 박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 주로 센터로 뛰었지만 2단 연결과 서브 리시브도 곧잘 했던 선수였다. 후위로 갔을 때 당시 유행하던 더블 세터 시스템에 맞춰 세터 역할까지 맡았었다.
공윤희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선수로 꼽힌다. 이번 컵대회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그는 "팀이 3경기만 치르고 대회를 마무리해 정말 아쉬웠다"고 했다. 준비를 많이 했지만 코트에서 범한 실수가 아직은 더 머리속에 남는다. 지난 17일 현대건설과 경기가 대표적인 경우다.
공윤희는 "경기에 앞서 황연주 언니의 블로킹 스타일을 많이 연구했다"며 "그런데 막상 코트에 나가서 준비한 대로 플레이하지 못했다. (황)연주 언니의 손에 공격이 연달아 가로막혔다"고 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 공윤희와 같은 유망주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센터로 뛸 때도 사이드 공격이 더 편했던 것 같다"며 "레프트나 라이트 등 날개 공격수로 뛰는 게 내게 더 잘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윤희는 휴가를 마친 뒤 다시 팀 전용체육관과 숙소가 있는 용인으로 왔다. 예정된 팀 훈련이 모두 끝난 뒤에도 리시브 훈련을 자청한다. 코칭스태프가 오히려 그만 하자고 말할 정도다.
그는 정규시즌이 개막되면 맡은 역할이 컵대회와 견줘 줄어들 수 있다. 레프트 한 자리를 차지할 외국인선수 테일러 심슨(미국) 때문이다. 그러나 공윤희의 쓰임새는 많다. 이재영과 심슨의 휴식시간을 보조할 수 있고 경기 상황에 따라 라이트로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윤희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보여준 게 거의 없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다가올 새 시즌이 나도 기대된다. 열심히 운동하고 준비를 잘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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