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해 K리그 올스타전은 불안하게 출발했다. 외국인 및 다문화 가정이 많은 안산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선발이 유력했던 강수일(제주 유나이티드)을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하려고 했다. 국가대표까지 뽑혀 행운이 드는 듯했다.
그러나 '도핑 파문'을 일으키며 중징계를 받았다. 당장 강수일이 사라지면서 올스타전 홍보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을 끌어들여 '팀 최강희' vs '팀 슈틸리케' 구도를 만들었다. 전, 현직 감독이 지휘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흥미가 있었다.
선수 선발도 드래프트 방식으로 했다. 서로 포지션별로 우선권을 가져가 지명하면서 재미도 있었다. 골키퍼와 수비수를 나눴고 이후 미드필더 공격수, 추가지명 선수 순으로 발표했다.
그런데 여름 이적 시장이 문제였다. 팀 최강희의 에두는 팬 투표로 공격수 부문에 선정됐지만 전북 현대에서 중국 갑급 리그(2부 리그) 허베이 종지로 이적했다. 팀 슈틸리케의 정대세 역시 수원 삼성에서 일본 J리그 꼴찌팀 시미즈 S-펄스로 이적했다.
나름대로 홍보가 되는 선수들의 이탈은 치명적이었다. 과연 흥행이 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K리거 간 겨루기가 상품성이 있느냐도 의문이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2부리그) 간 겨루기는 1만명이 조금 넘는 관중 동원으로 참패를 맛봤다.
우려는 기우였다.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양 팀은 3-3으로 비겼다. 진지한 경기 속 재미난 세리머니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등 웃음도 터졌다. 3만5천명 수용에 2만4천772명이 모여 안산에 시민구단 창단의 가능성도 뿌렸다.
최우수선수(MVP)는 염기훈(수원 삼성)이 선정 됐지만 스타성 있는 자원들이 대거 발굴됐다. 그중에서도 김호남(광주FC)은 압권이었다. 그는 후반 골을 넣은 뒤 자신을 지휘하는 최강희 감독이 아닌 슈틸리케 감독에게 뛰어가 악수를 청했다. A대표팀 선발을 할 경우 자신을 꼭 잊지 말라는 뜻이었다. 최 감독은 "전북으로 뽑아서 벤치에 앉히고 싶었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김호남의 배포는 대단했다. 그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전북이 아닌 국가대표다. 진지함과 농담이 반씩 섞였다. 귀여운 위트 정도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라며 자신을 최대한 홍보했다.
챌린지에서 16골을 넣으며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주민규(서울 이랜드FC)는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그는 "올스타전에서 뛰니 클래식에 더 가고 싶다"라며 커진 욕심을 드러냈다. 창단 첫해인 서울E의 힘을 키우려는 주민규의 꿈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인상적이었다"는 발언을 이끌어냈다. 주민규만 동아시안컵 예비명단 50명에 들어 있었지만 상관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들에게는 단순한 올스타전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이든 보여주려는 의욕이 있었다. 주민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기장에 있던 순간 좋은 활약을 했다"고 평가했다. 단 한 경기가 김호남과 주민규에게는 새로운 꿈을 꾸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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