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우승 경쟁을 하는 두 팀의 중심 공격수가 각각 중국 갑 리그(2부리그)와 일본 J리그 꼴찌팀으로 간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었다.
지난 8일 수원의 공격수 정대세(31)는 일본 시리즈 S-펄스로 이적했다. 3년 6개월의 계약 기간에 6억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다. 이적료는 5억원 내외라 수원이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지만, 재계약 제의조차 못 해보고 시미즈행을 보기만 했다.
자금이 넘치던 과거의 수원이라면 6개월 남은 정대세에게 웃돈을 쥐어주고서라도 재계약을 하게 마련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오히려 수원은 9~10월 군 전역자들을 포함해 또다시 선수단 정리에 나서야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
9일에는 에두가 갑 리그 상위권에 있는 허베이 종지로 이적했다. 전북에서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연봉 150만 달러(17억원)를 가볍게 뛰어넘어 총액만 1백억원에 달한다. 11골로 K리그 득점 선두인 에두가 중국 2부리그로 흡수되는 현실은 충격에 가깝다.
최근 5년 사이 중동의 오일머니가 K리그를 휩쓴 것은 동화 같은 일이었다. 중동에 진출하더라도 국가대표급 자원 정도만 부름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선수들의 돈벌이로 생각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아시아 축구 시장의 성장은 K리그가 빨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 프로젝트를 앞세워 각종 기업이 축구단에 투자하는 등 돈을 퍼붓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2010년 2부리그에 있었던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단기간의 투자로 2013년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당시 광저우에는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세계 3위 여봉자라는 다리오 콘카(상하이 둥야)가 있었다. 자금 지출 규모에서 K리그와 전혀 다르다.
1992년 J리그를 출범시켰던 일본은 구단의 자생화가 이뤄진 뒤 적절한 금액으로 선수를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중국, 일본 양 축구 시장에 밝은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묻지마' 영입이 많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중국의 경우 K리그에서 득점 상위권이거나 각급 연령별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경우까지 세세하게 따진다. 영입에 적격이면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일본은 K리그 구단들의 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뒤 선수를 받는다"라며 최근의 경향을 전했다.
태국도 무시하기 어렵다. 동남아라는 편견은 깨진지 오래다. 부리람 유나이티드, 무앙통 유나이티드 등의 성장을 앞세워 유혹하고 있다. K리그 한 구단이 영입하려고 했던 선수가 부리람의 강력한 베팅에 무산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K리그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오히려 군살을 빼며 생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구단의 존립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다른 시선도 있다. 한 기업구단 관계자는 "중국, 일본으로의 이적은 계속 있었다. 다만, 판돈이 좀 더 올랐다고 보면 된다. 아무나 영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수들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라며 K리그가 선수 육성, 지역 사회 밀착 등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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