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그의 투구는 화려하지 않다. 투구폼이 역동적이지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광속구를 보유하지도 않았다. 탈삼진쇼로 관중을 흥분시키는 경우도 드물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예측이 가능한 경기를 한다. 두산 베어스 왼손 투수 장원준의 가장 큰 장점이다.
꾸준함. 이른바 '일관성(consistency)'이란 측면에서 장원준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안정감을 자랑한다. 롯데 시절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군무대 144이닝 이상 소화했다(2012∼2013년은 경찰청 군복무). 이 기간 중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에 2006년부터 7년 연속 세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했다. 매년 26∼32경기를 빠짐없이 책임지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든든하게 받친다.
두산이 지난 겨울 4년 총액 84억원에 FA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두산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올 시즌 장원준의 '재미없지만 꾸준한' 피칭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왼팔꿈치 통증으로 1이닝만에 조기 교체된 지난달 1일 대구 삼성전을 제외하면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적이 없다. 가장 못던진 게 4월5일 사직 롯데전(5이닝 4실점)이고 최고의 호투는 지난달 23일 잠실 SK전서 기록한 7이닝 무실점이다.
컨디션 여부, 날씨와 기분 변화에 관계 없이 언제나 선발투수의 임무를 해주고 있다. 23일 잠실 SK전 역시 마찬가지. 시즌 13번째 선발등판인 이날도 그는 항상 그렇듯 그 다운 피칭으로 어렵지 않게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솎아내며 6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의 피칭. 두산 합류 후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에 첫 무사사구 경기였다. 2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정작 큰 위기는 한 번도 없었다. 5-0으로 앞선 4회초 선두 브라운에게 몸쪽 낮은 슬라이더를 구사한 게 실투가 돼 솔로홈런을 허용했을 뿐이다.
오히려 1회초 1사 뒤 이명기, 최정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해 몰린 실점 상황을 잘 넘긴 게 호투의 발판이 됐다. 당시 1사 1,2루에서 장원준은 힘있는 브라운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해 2루주자 이명기를 3루에서 잡은 뒤 이재원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에서 벗어났다.
시즌 7승째를 거둔 장원준은 "한달에 2승씩만 해보자는 생각인데, 괜찮은 페이스인 것 같다. 하지만 투구 수를 좀 더 줄이고 이닝을 더 늘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아직 아쉬운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부산 출신인 장원준은 무뚝뚝하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웬만큼 낯이 익지 않으면 그의 입에선 한 마디 이상 나오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가볍지 않은 모습이 마운드에선 높은 집중력으로 발휘되면서 리그의 수준급 좌완으로 오랫동안 자리잡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미없지만 항상 예측 가능하고 꾸준한 장원준의 '서울 이적기'는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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