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월드컵 16강 성과는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얻은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여자 축구 저변이 넓은 것도 아니고 팬들의 관심도 남자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풍부한 경험이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힘이 됐다. 여자 대표팀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연령별 대표팀이 활성화되고 유소년 축구에 대한 투자와 팀 창단으로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들 사이에 섞여 뛰지 않고 온전히 여자팀의 일원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자라나 현 대표팀의 주전으로 뛰고 있다.
2008년 뉴질랜드 FIFA U-17 여자월드컵 8강 진출이 현재 대표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당시 뛰었던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박희영(대전 스포츠토토)은 2010년 독일 20세 이하(U-20) 월드컵에도 그대로 나서 3위를 일궈냈다.
이들과 함께 이번 대표팀 멤버인 김혜리, 임선주, 정설빈(이상 인천 현대제철), 강유미(화천 KSPO) 등이 U-20 월드컵을 뛰었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팀들을 상대하며 실력을 키웠다.
같은 200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U-17 월드컵 우승을 이끈 이소담(대전 스포츠토토), 이금민(서울시청) 역시 2012 일본 U-20 월드컵 8강의 성과를 내며 자연스럽게 A대표팀에 올라왔다. 체계적 육성이 빛을 낸 결과였다.
부상으로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 대표팀에서 낙마하기는 했지만 여민지(대전 스포츠토토), 신담영(수원FMC), 이영주(부산 상무) 등도 이런 단계를 밟아 A대표팀까지 올라오기도 했다.
2010년 U-17, U-20 여자 월드컵의 성과는 한국 여자 축구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대 전환점이었다. 2009년 세미 프로리그 형태로 출범한 WK리그가 향후 드래프트 시행 등으로 선수층을 두껍게 하는 과정에는 이들의 성장과 참여가 있어 가능했다.
이 덕분에 윤덕여 감독이 바랐던 조화로운 대표팀 구성이 가능했다. 1988년생이 중심을 잡고 1990년생인 지소연 등이 뒤를 따른다. 이들이 이번 대회 16강으로 향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은 물론이다.
오는 22일(한국시간) 몬트리올에서 한국이 만나는 16강 상대 프랑스는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여자 A대표팀은 2003년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0-1 패배 이후 처음 만난다. 프랑스는 FIFA 랭킹 3위까지 올라선 세계적 강호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U-20 월드컵을 치렀던 이금민과 이소담이 프랑스전을 경험했다. 0-0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됐다.
대표팀에 겹겹이 쌓인 연령별 대표 출신 세대들의 국제무대 경험은 8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에는 분명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 이제 한국 대표팀은 여유롭게 즐기며 기적을 노려볼 수 있다. 어려서부터 큰 경기 경험을 하며 자라온 대표팀 주축들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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