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장원준(30, 두산 베어스)은 꾸준함의 표상이다. 매년 27∼32경기 선발 등판을 책임져준다. 155∼180이닝은 혼자 힘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군무대 5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특별한 부상도 이렇다 할 기복도 없다.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다.
그런 그에게 딱 하나의 난관이 있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만 만나면 기를 피지 못하는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지난해 2경기에 등판했지만 10.1이닝 8실점(7자책)으로 부진했다. 1패 평균자책점 36.00의 성적만 남겼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로 범위를 넓혀도 17경기서 6승6패 평균자책점 4.71로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FA로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올 시즌에는 불운까지 겹쳤다. 지난달 1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했지만 1이닝 4피안타 4실점한 뒤 왼팔꿈치 통증으로 조기 교체됐다. 이후 16일간의 휴식과 재활을 거친 뒤에야 다시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런 장원준의 '사자 울렁증'이 어느 정도 가시게 됐다. 1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장원준은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을 앞세워 삼성 강타선을 막아냈다. 5.1이닝 동안 8안타를 허용하고 단 1실점, 5-4 승리의 토대를 단단하게 구축했다. 투구수가 112개로 다소 많았지만 고비마다 절묘하게 실점을 막으면서 상대 타선을 억제했다. 탈삼진 6개에 볼넷은 없었다. 내보낸 주자수에 비해 깔끔한 피칭이었다.
1회초 내야안타와 몸맞는 공으로 2사 1,2루에 몰린 뒤 박석민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 첫 실점할 때만 해도 삼성에 약한 패턴이 이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2회부터 그는 실점 상황만 되면 신들린 듯한 피칭으로 연신 위기 상황에서 벗어났다.
2회 2사 2루, 4회 1사 1,2루, 5회 2사 2,3루 위기마다 힘을 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특히 3-1로 앞선 5회에는 선두 박한이에게 우전안타, 2사 뒤 박석민에게 우측 2루타를 허용해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이승엽을 삼진처리하면서 가장 큰 고비를 넘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그는 선두 박해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우타자 이지영 타석 때 오현택과 교체돼 이날 투구를 끝냈다. 오현택이 연속 3안타로 위기에 몰렸지만 구원 등판한 함덕주가 박한이를 유격수 병살타 유도하면서 승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
이날 승리로 장원준은 시즌 6승(3패) 째를 챙겼다. 다승 부문 공동 7위로 뛰어올랐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삼성전 난타의 흐름을 끊었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자신의 힘보다는 수비와 불펜의 도움으로 거둔 다소 쑥스런 승리였지만 장원준 개인으로선 한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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