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맞대결에서 3회말 솔로포를 쳤다. 이로써 KBO리그 개인 최다이자 첫 400홈런 고지를 밟은 선수가 됐다.
그런데 이승엽의 많은 홈런 기록 중엔 또 다른 특별한 기억이 있다. 지난 2003년 당시 아시아홈런 신기록이던 56호 홈런이 대표적이다.
이승엽은 그 해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56호 홈런을 쳤는데 상대팀이 롯데였다. 이승엽에게 홈런을 허용한 투수는 당시 프로 2년차였던 우완 이정민이다.
12년 뒤인 올 시즌 이승엽은 400홈런에 도전장을 냈다. 400홈런까지 한 개만을 남겨둔 가운데 공교롭게도 또 롯데와 만났다.
이승엽은 롯데와 주중 3연전 첫날인 지난 2일 경기서 3안타로 팀의 13-7 승리에 도움을 줬으나 홈런은 나오지 않았다. 3일 기다리던 한 방이 드디어 터져나왔고 상대 투수는 공교롭게도 2003년의 이정민과 마찬가지로 프로 2년차 우완 구승민이었다.
이승엽은 경기가 끝난 뒤 "롯데 구승민에게 미안한 감정도 솔직히 든다"며 "그래도 승부의 세계라 서로 다 이해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해준 부분은 정말 고맙다"며 "어제와 오늘 마운드에 올라와 나를 상대했던 롯데 투수들 모두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의 400호 홈런이 나온 3회말 삼성 공격이 종료되고 간단한 기념 행사가 있었다. 롯데에선 선수단을 대표해 주장 최준석이 이승엽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또한 롯데 선수들 모두 덕아웃 앞에 나와 이승엽의 기록 달성에 축하의 박수를 쳤다.
이승엽은 "롯데 구단과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국내에서는 아직까지는 상대팀이나 선수들이 축하나 격려를 해주는 경우가 적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정팀이 이런 격려를 한다는 건 매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이승엽에게 가장 많은 홈런을 혀용한 팀이기도 하다. 이승엽이 프로에 데뷔한 지난 1995년부터 3일 경기까지 롯데를 상대로 쳐낸 홈런은 모두 68개다.
한편 400호 홈런이 나올 경우 세리머니를 약속했던 롯데 3루수 황재균은 이승엽이 3루 베이스를 돌 때 가만히 자리를 지켰다. 이승엽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지 않았나. 충분히 이해한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3회말 공수교대 후 롯데 선수들이 모두 나와 축하를 해준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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