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5월의 마지막 주말, K리그 클래식은 어김없이 팬들과 함께한다.
이번 주말 K리그 13라운드는 묘한 분위기에서 열린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에 나섰던 4팀 가운데 전북 현대만 살아남고 수원 삼성, 성남FC, FC서울이 탈락했다. 이들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도가 큰 상태에서 리그를 치러야 한다.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승점은 챙겨야 한다. 무승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은 승점 3점 건지기에 올인한다.
◆학범슨, 시민구단의 희망을 1강 상대 보여줄까? (31일 14시, 성남-전북, 탄천종합운동장)
성남은 27일 '아시아의 부자구단'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0-2로 패하며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투혼의 경기를 보여주며 시민구단으로 할 일은 다 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김학범 감독은 광저우가 아닌, 2골을 넣은 몸값 196억원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히카르도 굴라트에게 졌다며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챔피언스리그라는 꿈에서 깬 성남에는 전북이라는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클래식 1패밖에 없는 전북의 독주를 성남이 막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광저우를 꺾지 못한 화풀이를 전북에 한다면 K리그 선두권 구도까지 흔들 수 있다. K리그 흥행이 성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 티켓을 딴 전북은 성남보다 하루를 더 쉬고 경기에 나선다는 점도 유리하다.
◆반전이 급한 포항, 감독 교체 대전에 한 수 지도? (30일 14시, 포항-대전, 포항 스틸야드)
외국인 선수들을 받아 문호개방을 한 포항 스틸러스는 예상과 다르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경기력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최근 5경기 성적은 4무 1패, 모두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황선홍 감독의 인내심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그나마 12라운드 울산 현대전에서 김승대가 부상 복귀해 골을 넣으며 시름 하나를 덜어줬다.
1승이 급한 시점에서 꼴찌 대전과의 만남은 기묘하다. 대전은 최문식 신임 감독이 28일 취임식을 하고 이번 포항전은 관중석에서 지켜본 뒤 팀 개혁의 처방전을 작성할 예정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기술 축구로의 전환을 예고했는데 포항전을 통해 최 감독이 어떤 구상을 하게 될 지 지켜봐야 한다. 대전의 역대 감독들은 모두 취임 때마다 부푼 꿈을 안고 나섰다가 수뇌부와 주변의 입김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일단 대전도 3경기 무승(1무 2패)을 깨고 시즌 2승째를 수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성용도 인사 오는데…홈 무패 기록 믿어야 하나 (30일 14시, 광주-제주, 광주월드컵경기장)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광주의 파도가 잔잔하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은데 고비를 넘기가 어렵다. 12라운드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골키퍼 이범영의 페널티 마크 훼손으로 김호남이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억울한 패배까지 맛봤다. 승리가 필요한 시점에서 기영옥 단장의 아들인 기성용(스완지시티)이 광주 팬들에게 인사를 할 예정이다. 아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을 선수들이 헤아려야 하는 상황이다. 홈에서 제주에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기록에 기댄다.
주황색으로 머리 염색을 한 제주 조성환 감독은 원정 징크스 탈출을 노린다. 홈 5승 1무, 원정 2무 4패의 극과 극 경기를 펼치는 것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광주전이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경기력이 아니라 실속을 챙겨야죠 (30일 16시, 전남-부산, 광양축구전용경기장)
전남 드래곤즈는 노상래 감독 부임 후 정체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호쾌한 경기력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FA컵 32강전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실점하면 득점으로 쫓아가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클래식에서도 경기력 자체는 좋았다. 그러나 심판의 오심 등 운이 좋지 않았다. 여러모로 속만 타들어 간다.
그나마 부산을 만나 숨을 돌리게 됐다. 부산은 윤성효 감독이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세종 정도가 특징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세트피스의 강자 주세종을 꽁꽁 묶는다면 전남이 원하는 승리가 뒤따를 수 있다. 4경기 무승(1무 3패)을 깰 절호의 기회다. 부산은 윤 감독의 마법이 깨어나기를 기다린다.
◆강팀에 강한 늑대 축구, 2라운드 패배 복수? (31일 14시, 인천-수원,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은 12라운드 전북전에서 무려 60.5%의 볼 점유율을 보였지만 0-1로 패했다. 한교원의 이른 퇴장으로 수적 우세라는 호재 속에 경기했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 케빈이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도 자신감은 충만하다. 이천수의 킥도 좋고 조수철의 패스도 일품이다.
2라운드에서는 1-1로 맞서다 후반 종료직전 염기훈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인천이 승리 타이밍을 외치고 있다. 염기훈이 오른 갈비뼈 타박상으로 결장이 유력하다. 수원 공격의 고리가 끊긴 상황에서 측면 부담이 사라졌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친 수원을 늑대 축구로 물어뜯을 좋은 기회다.
◆미안하다, 1승은 내가 가져간다 (31일 16시, 서울-울산, 서울월드컵경기장)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팀 중 가장 실망감이 컸던 구단이 서울이다. 최악의 경기력으로 감바 오사카에 1, 2차전 합계 3-6으로 완패했다. 최근 K리그에서 반전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전남전도 운이 따른 승리였을 뿐이다. 울산전에서 제대로 이기지 않으면 최용수 감독에 대한 팬들의 따가운 눈총은 계속될 수 있다.
울산은 서울보다 더하다. 4라운드 이후 12라운드까지 8경기서 5무 3패다.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윤정환식 축구는 상대방에 읽힌 지 오래됐다. 서로 죽자고 싸우지 않으면 승점 3점은 없을 지도 모른다. 두 팀 다 이기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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