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성남FC는 쉽게 지지 않는 팀이라는 것을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광저우(중국)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을 하루 앞둔 19일 공식 기자회견, 김학범 성남 감독은 광저우와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지지 않는 팀'이라는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성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4라운드 대전 시티즌전 4-1 승리 이후 11라운드까지 3승 5무로 무패를 달리고 있다. 이긴 경기는 무실점인 경우가 많다. 골만 넣으면 지킬 힘이 있다는 뜻이다.
성남과 김 감독의 자신감의 비결은 체력 강화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동계 훈련에 있었다. 약속의 땅과 익숙한 땅인 강릉과 순천에서 지옥의 훈련에 열중했다. 김학범 감독이 준비한 체력 강화 프로그램에 응급실로 직행하는 선수들도 상당수였다.
체력 훈련은 쉴 틈이 없었다. 새벽 러닝을 시작으로 오전 기초 전술 훈련, 오후 서킷 트레이닝, 저녁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강철 군단을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과거보다 온화해진 김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호랑이 선생님' 기질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성남이 체력 강화에 각별히 신경을 쓴 데는 챔피언스리그와 병행하게 된 시즌 일정 때문이다. 후반 막판 힘이 빠져 무너지는 것에 대비하려면 체력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내다본 것이다. 일부 선수들에게는 러닝 시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채우게 하는 등 근력, 지구력 강화에 애를 썼다.
체력이 강해지면서 뒷심도 좋아졌다. 김두현을 제외하면 이름값 있는 선수의 영입도 없어 조직력을 다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열악한 지원 속에서 오직 김 감독의 지도력 아래 선수들이 뭉치는 것이 최선이었다.
무엇보다 단기전 전략과 목표를 확실히 세운 김 감독의 계획에 성남 선수들이 충실히 따른 것이 눈에 띈다. 그렇게 팀으로 조화를 이룬 성남은 20일 광저우전에서 끝까지 투지를 발휘하며 2-1 승리를 일궈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광저우는 월정에서 비기고 돌아가기만 해도 홈에서 2차전을 갖는 유리함이 있었다. 성남은 한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져 종료 직전 히카르도가 페널티킥을 얻어내 김두현의 골로 승리를 따냈다. 체력과 전략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웃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김두현 조종법'을 알고 있는 김 감독의 지도력도 빛을 냈다. 특히 광저우전에서는 김두현이 경기를 이끄는 방법을 몸소 보여줬다. 광저우의 볼 배급자인 정쯔를 잡겠다는 전략을 김철호-정선호 두 중앙 미드필더가 잘 수행해줬고, 한결 편해진 김두현이 동료에게 부담 없이 볼을 연결하는 것이 가능했다. 전반 23분 조르징요의 첫 골도 김두현이 재치있게 수비 옆으로 볼을 내준 결과물이었다.
김 감독은 "김두현은 나이가 있지만, 체력적인 준비가 잘 됐고 볼을 잘 찬다. 선수들이 그런 것들을 보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최선참을 전면에 내세워 후배들로 하여금 따라가게 만드는 고단수 전략인 셈이다.
아직 김 감독의 계획은 진행 중이다. K리그 팀들이 쉽게 이겨보지 못한 광저우 원정 90분이 기다리고 있다. 체력은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4만여 대관중의 응원 앞에서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해 성남이 시민구단 최초로 8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연출하는 시나리오의 완성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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