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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회 칸영화제] 전도연 "'칸의 여왕', 가능성을 열어주는 수식어"(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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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뢰한'으로 네번째 칸영화제 방문

[정명화기자] 배우 전도연이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주는 의미와 무게감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전도연은 '무뢰한'이 제68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네번째로 칸영화제를 방문했다.

16일 오후(현지시간) 칸영화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부스 파빌리온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난 전도연은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칸의 여왕다운 면모를 뽐냈다. 경쟁 부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신 취재진과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은 전도연은 "캐릭터의 갈등의 결을 다 보여주는 명연기"(할리우드리포터), "전도연의 훌륭한(최고의) 연기가 빛나는 스타일리시한 느와르"(버라이어티) 등 극찬을 이끌어냈다.

전도연은 '무뢰한'을 통해 벌써 네 번째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지난 2014년에는 심사위원으로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앞서 '밀양'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칸의 여왕'으로 올라선 그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담스럽고 극복하고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 수식어가 부담스럽고 극복하고 싶고 뛰어넘고 싶었다. 다른 작품으로 그 위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같이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는 칸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칸에 와서 자극받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 끊임없이 의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칸의 여왕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가능성을 열어주는 말 같아서 떨쳐내려는 생각이 바보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내게 가능성을 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전도연은 칸영화제는 매번 올때마다 긴장되고 부담이 된다며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서 '밀양'이 자신의 최고 연기는 아니라며 "상을 받아서 정점에 올라섰던 작품이지만, 최고라고 하면 리미트같은 생각이 들어서 칭찬처럼 들리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전도연은 '무뢰한'에서는 살인 용의자인 애인을 기다리는 술집 여자 김혜경 역을 맡았다. 밑바닥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어낸 노련한 생존본능 뒤로, 다시 한번 사랑이라는 희망을 믿고 싶어하는 복잡한 감정을 그녀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이다.

이하 일문일답

-칸영화제에서 느낀 소감은? "되게 편한 마음으로 올 줄 알았는데, 부담이 컸던 것 같다. '무뢰한'에 대한 의미가 잘 전달이 안될까봐 걱정이 됐다."

-작년에는 심사위원을 했고 올해는 평가를 받는 입장인데?

"둘 다 힘든 것 같다."

-칸에 올거라 예상했나?

"전혀 생각도 못했다. 처음 현장에서 느낀 느낌은 오승욱 감독님이 연출로 복귀한 게 15년만인데, 정말 그렇게 되면 신인보다 못하구나. 현장 분위기를 너무 낯설어해서 겁이 덜컥 났다. 현장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신기해했는데, 그림이 머리속에 있으니 스트레이트로 있으니 믿음이 갔다. 약간 촌스러운 것이 감독님 스타일에 맞다고 생각했다. 칸영화제에 올거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심사를 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전세계 감독님들의 작품을 보면서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나 가는 영화제는 아니다. 출품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대도 안했는데 됐다는 얘길 듣고 감독님이 가장 축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계속 하셔서 가슴이 아팠다.

-칸의 여왕이라는 호칭이 무겁게 느껴지나?

"그 수식어가 부담스럽고 극복하고 싶고 뛰어넘고 싶었다. 다른 작품으로 그 위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강했는데 지금은 같이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한국에서는 칸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칸에 와서 자극받는 것은 내가 누구인가 끊임없이 의심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칸의 여왕은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가능성을 열어주는 말 같아서 떨쳐내려는 생각이 바보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내게 가능성을 주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이번 드레스 코드는 뭔가?

"어제 오늘 드레스 콘셉트는 시크였다. 한국에서 너무 시간이 없어서 여기 현지에서 급조했다."

-예전과 칸에 오는 느낌이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올 때마다 똑같이 부담스럽고 힘들다. 올 때까지는 너무 고통스럽지만 오고 나면 칸의 햇살을 보며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내가 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사위원을 하고도 마지막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또 오면 너무나 좋겠지만 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 생각이 있다. 칸에 와서 먹는 음식은, 컵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다. 물릴 때까지 먹는데, 사실 칸 주변이나 식당을 잘 즐기지 못한 것 같다."

-차세대 여배우를 선택하라면?

"'협녀'를 찍으면서 김고은을 처음 봤는데 그 선택이나 노력이 너무 예뻐보인다. 잘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밀양'이 자신의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하나?

"최고의 연기는 아닌 것 같다. 상을 받아서 정점에 올라섰던 작품이지만, 최고라고 하면 리미트같은 생각이 들어서 칭찬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상대역 김남길은 어땠나?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그전에는 그냥 상남자, 잘생긴 미남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실제로 만나보니 애같고 동생아서 굉장히 이미지가 깨졌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김남길이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는데, 확실히 집중력도 좋고 욕심도 있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나 열정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분명 있다."

-요즘 여배우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여배우에게는 선택이 많지 않다. 작품을 고를 때 영화제에 올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고르지는 않는다. 여배우들의 입지가 단단해지려면 일단 작품이 잘돼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 작품들에 대한 자긍심은 크다. 흥행영화에 대한 선입견도 있고, 한계도 있는 것 같다. 욕심일 수 있지만 잘 해내가고 싶다.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 같지 않지만 노력은 계속 해야할 것 같다.

-상업적인 면에서 고려한다면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데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협녀'를 찍고 '남과여'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무뢰한' 시나리오 너무 좋았다. 조금 망설이기는 했다. 여러가지를 많이 고려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여러가지 고려할 점이 많았던 작품이다."

-해외에서의 작품 제의는 없는지?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특히 작년에 칸 심사위원을 하면서 그런 제안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영화제에 많이 오면서 너는 왜 영어는 안배우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가 게으르다는 느낌을 받았고 영어 공부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촬영도 하고 그러다보니 너무 힘들어서 그만 뒀다. 이번에 올 때도 너무 겁났다. 사람들 만나서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다. 노력해야겠다. 언어적 문제가 제일 큰 것 같다. 한국에서 감정 전달이 안될 것 같은데 언어적 문제가 제일 크다. 극복할 자신이 없다."

-극중 혜경을 어떤 생각으로 연기했나?

"남자들이 너무 대상화하지 않았으면 했다. 꽃병속에 갇힌 인물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여자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무뢰한'이라는 제목에 대한 생각은?

"무뢰한이라는 제목이 너무 좋다. 누구나 무뢰한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장르를 드러내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성향이 다른 것처럼 방식도 다르다고 생각한다. 초반에 사랑이라고 하면 판타지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서 좋은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방패막이나 포장을 뜯어보면 누구나 이런 삶이 있지 않을까 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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