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 울산 현대 공격수 김신욱(27)은 언제나 모범답안을 내놓는다. "열심히 하겠다", "항상 즐겁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다" 등등. 축구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한결같은 생각을 이야기한다. 튀지 않으면서 팀과 조화를 이루려는 생각에 늘 자신을 낮춘다.
꼭 올 시즌 프로농구 최초 챔프전 3회 우승을 만들며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양동근(34, 울산 모비스)을 보는 느낌이다. 성실함의 대명사 양동근은 늘 팀을 위해 희생하며 매 경기를 마지막처럼 뛰고 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여섯이 되지만 존재감은 여전하다. 양동근은 "동료들이 돌아가며 1명씩 MVP를 받게 하고 싶다"라며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가 오른쪽 정강이 비골 골절 부상을 당해 공백기가 있었던 김신욱도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철퇴타카'를 들고 울산에 새로 부임한 윤정환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부터 양동현과의 투톱 조화, A대표팀 재승선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신욱은 이런 도전의 컨셉트를 '편안함'으로 잡았다. 조급함은 전혀 없다. 팀을 위해서라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팀 조직력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조화를 이루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수원 삼성과의 K리그 클래식 6라운드 홈경기를 1-1로 비긴 다음날인 16일 울산 클럽하우스에 만난 김신욱은 여전히 혈기가 넘쳤다. 기자와의 대화 직전 오전 회복 훈련을 끝내고 개인 훈련을 따로 한 뒤 다른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쉬 틈 없는 일정이 이어졌지만 피곤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자신을 다독이는 모습이었다.
김신욱은 희생과 자기 발전을 2015년의 목표로 세웠다. 196㎝의 우수한 신장과 타점 높은 헤딩력 등 자신의 장점을 앞세우려는 생각은 버린 지 오래됐다. 수원전을 통해 K리그 통산 200 경기 출전을 했지만, 기록 역시 잊은 지 오래다. 통산 79골 18도움을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 2도움만 보태면 20(골)-20(도움) 클럽에 가입하지만 개인 기록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김신운은 올 시즌 2골을 넣었다.
그는 "벌써 K리그 7년째 뛰고 있다. 올해는 대(大)를 위해 소(小)에 투자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무게를 올리며 많이 하고 슈팅 훈련도 많이 하고 있다"라며 더 발전한 김신욱을 보여주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본 자신의 한계 때문이다. 나름대로 역할을 했지만 팀이 못하니 자신도 빛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에서 당한 부상은 전화위복이 됐다. 재활을 하면서 무릎과 발목 근력이 향상됐고 힘도 더 생겼다. 슈팅에 힘이 실리는 것은 당연했다. 일주일에 250개의 슈팅 훈련을 하면서 감각도 좋아졌다.
김신욱은 "월드컵 때 알았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아무리 신체 조건이 좋고 힘이 있어도 결국은 슈팅이더라. 그래서 하루에 50개씩 꼭 슈팅 훈련을 한다. 그냥 슈팅을 하기도 하고 방향과 강도를 조절해서 시도도 한다. 그래야 K리그는 물론 유럽 등에서도 해낼 수 있다. 내가 가진 신체조건이 통할 수는 있지만 (상대를) 압도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꾸준한 슈팅 훈련의 결과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2라운드에서 나왔다.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신화용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2013 시즌 최종전에서 종료 직전 포항에 골을 내주며 아깝게 우승을 놓친 데 대한 복수심까지 실린 김신욱의 골이었다. 김신욱은 "모두가 골키퍼의 실수라고 했지만, 그것은 연습의 결과이기도 하다. 정말 집중해서 슈팅 훈련만 했다. 다른 사람들 모두 3월에 골을 넣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186㎝인 양동현이 선발로 나서고 자신은 벤치에서 교체 투입을 기다리는 것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울산 장신 투톱의 조화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고 있지만 김신욱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내 목표는 팀과 좋은 융화를 이루는 것이다. 내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반성을 해야 한다. (양)동현이형은 잘하고 있다. 여러 가지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얘기했다.
A대표팀에 대한 욕심은 여전하지만 교만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김신욱에 대한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과 상관없이 대표팀 중앙 공격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김신욱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슈틸리케 감독과는 아직 인연이 없다. 아시안게임 부상으로 그 동안 A매치에 뛰지 못했다. 3월 A매치 2연전 때도 대표로 선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월에 시작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김신욱은 대표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신욱이지만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신욱은 "대표팀에 안 가고 싶다면 거짓말이다. (아시안컵 당시에도) 정말 가고 싶었지만, 부상 때문에 가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일단은 내가 하고 싶은 것부터 하겠다.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울산에 먼저 녹아들겠다. 억지로 대표팀에 가려고 하면 안된다"라며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기회가 올 것이라며 기회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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