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편견을 좀 깼다는 것이 소득이었다."
LG 트윈스의 우완 영건 임정우(24)가 처음으로 '주 2회 선발' 등판을 경험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불펜 투수라는 이미지를 씻고 선발 투수로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시킨 시간이었다.
임정우는 지난주 7일(화요일)과 12일(일요일) 두 차례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5선발 체제에서 화요일 등판은 곧 일요일에도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선발 경험이 많지 않은 임정우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7일 한화전에서 5.1이닝 8피안타 3사사구 2실점으로 호투를 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임정우는 12일 두산전에서도 4.2이닝 5피안타 3사사구 2실점으로 어느정도 역할은 해냈지만 승리투수가 될 수는 없었다. 위안거리가 있다면 7일 한화전에서는 LG가 끝내기 패배를 당했지만 12일 두산전에서는 거꾸로 LG가 9회말 이진영의 홈런에 힘입어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다.
그러나 임정우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했다. 시즌 첫 승의 기회를 놓쳤지만 스스로 성장한 것을 느끼며 만족한다는 반응이었다. 임정우에게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주 2회 선발 등판으로 인한 몇 가지 소득이 있었다.
임정우는 "편견을 좀 깼다는 것이 소득이었다"며 "그동안 선발로 던질 때랑 중간(불펜)으로 던질 때 성적에 차이가 있어 '선발은 안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걸 깬 것 같다. 일주일에 두 번 던지는 것이 확실히 힘들다는 것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임정우는 선발보다는 불펜 등판 시 성적이 더 좋았다. 지난해 선발로 나선 10경기에서는 1승5패 평균자책점 6.52(38.2이닝 28자책)로 부진했지만, 불펜 등판한 15경기에서는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56(34.2이닝 6자책)의 호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임정우가 선발로 성장해야 LG의 마운드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임정우도 선발보다는 불펜 보직을 선호했지만 사령탑을 믿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선발 준비를 시작했다.
임정우는 "작년까지는 (선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로 등판하느라 힘들었다"며 "올 시즌도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작년에 비하면 준비가 돼 있다. 생각도 '하면 되겠지'라고 긍정적으로 바꿨다"라고 지난해와 달라진 점을 설명했다.
이제는 선발 보직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임정우다. 기존의 주무기 커브에 지난해 장착한 스플리터까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제구력도 향상됐다. 선발 투수로 필요한 조건들을 갖춰나간 것.
임정우는 "하다보니 재밌더라"며 "중간에서 던질 때보다 많은 타자들을 상대하다보니 볼 카운트 싸움 등 배우는 것도 많다. (우)규민이 형이 전화나 메시지로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형이 하라는대로 하니까 잘 된다"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올 시즌 임정우는 기대 이상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첫 등판이었던 1일 롯데전(4.1이닝 2실점 1자책)까지 총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14(14.1이닝 5자책)을 기록 중이다. LG의 선발 마운드가 류제국, 우규민의 공백 속에서도 안정감 있게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임정우가 제 몫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류제국과 우규민이 돌아오면 임정우는 다시 불펜의 롱릴리프로 돌아갈 수도 있다. 외국인 투수 2명에 임지섭까지 선발 5자리가 모두 채워지기 때문. 그러나 임정우는 팀을 위해 보직에 관계 없이 언제든 등판할 준비가 돼 있다. 편견을 무너뜨리며 LG 마운드의 미래로 쑥쑥 커나가고 있는 임정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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