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최)희섭아 1개만 쳐라."
조범현 kt 위즈 감독은 경기 전 이렇게 당부(?)했다. 3일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 앞서 인사를 하러 온 옛 제자에게 건넨 부탁 아닌 부탁이었다.
최희섭은 그러나 수원 kt 3연전의 첫 날부터 믿음(?)을 저버렸다.
최희섭이 699일만에 멀티홈런을 쳤다. 최희섭은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 0-0으로 맞선 2회초 상대 선발 필 어윈을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다. 자신의 시즌 2호 홈런.
이어서 3-0으로 앞선 8회 1사1루에서는 상대 5번째 투수 이준형으로부터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 투런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한 방으로 스코어는 5-0으로 벌어졌고, KIA는 그대로 경기를 끝내며 4연승 신바람을 냈다.
최희섭이 한 경기 홈런 2개를 친 건 개인 8번째. 2013년 5월4일 목동 넥센전 이후 처음이다.
한동안 잊혀졌던 '빅초이'의 부활을 초반부터 알리고 있다. 지난 2010년 126경기서 타율 2할8푼6리 21홈런 84타점을 기록한 뒤 최희섭은 제 모습을 잃었다. 이런저런 부상이 겹치며 의욕이 떨어졌고, 야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지난해까지 4년간 합계 27홈런에 그치며 '거포'의 위상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팀에서는 전력 외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뭐라고 항변도 하기 힘든 벙어리 냉가슴 앓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시련의 계절은 계속 가지 않았다. 지난해 겨울 김기태 감독이 부임하면서 최희섭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같은 좌타 거포 출신으로, 최희섭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는 김 감독은 최희섭을 격려하며 기를 살려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령탑을 만난 최희섭은 독기를 품고 겨우내 운동에 매진했다. 이미 지난시즌부터 등산으로 하체를 강화한 터여서 야구가 제대로 되기 시작했다. 풍성했던 살집은 몰라보게 빠졌고, 머리는 군인처럼 짧게 잘랐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자 그의 방망이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광주 LG전에서 시즌 첫 홈런포를 쏘아올린 뒤 이날 2개의 홈런을 한꺼번에 작렬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오랜만의 맹타에 그는 감격에 겨운 듯했다. 경기 뒤 수훈선수 인터뷰를 한 최희섭은 "옛날 생각이 나서 가슴이 참 찡하다. 팬을 위해 팀을 위해 뭔가 했다는 것이 가장 의미있다"며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돌아온 최희섭이 '빅초이'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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