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우승을 놓친 이유는 '창의성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다는 것이 울리 슈틸리케(61) 축구대표팀 감독의 판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11일 오후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열린 2015 대한축구협회 제1차 기술세미나에 참석해 일선 지도자들을 상대로 아시안컵 결산을 했다.
이날 오전 열린 한국형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인 골든 에이지 출정식에 참석해 권역별 지도자들을 격려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오후 기술세미나를 통해 아시안컵을 통해 한국 축구의 전체적인 문제점과 발전 방향을 공유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이 치른 6경기 모두를 편집해 지도자들과 공유한 슈틸리케 감독은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어려운 과정에서 준우승을 해 기쁘게 생각하지만, 아시아 정상을 위해서는 계속 발전해야 한다"라고 모두발언을 했다.
스위스 대표팀 지휘 당시부터 매 경기 종료 후 스스로 기술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슈틸리케 감독은 6경기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정리했다. ▲문전 앞 25m 지점에서 기술과 적극성, 창의력이 더 필요하다(조별리그 오만전) ▲기술적인 실수로 인해 많은 역습 기회가 무산됐다(쿠웨이트전) ▲볼을 뺏은 후 우리 실수로 다시 뺏겨 수비에 어려움이 많았다(호주전) 등과 같이 분석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수비 조직력에만 의존했다(8강 우즈베키스탄전) ▲우리의 실수로 상대방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수 차례 내줬다(4강 이라크전) ▲잘하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더 많이 한 팀이 패한다(결승 호주전)로 결론 내렸다.
한국 선수들을 꾸준히 살핀 뒤 장, 단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구분했다. 한국대표팀의 ▲규율 ▲조직력 ▲투지 등을 호평했다. 선수들이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전술, 조직력을 잘 갖췄다는 것이다. 특히 4강전까지 무실점했던 수비를 예로 들며 "미드필더들의 투쟁심이 많았다. 적극적으로 수비하라고 주문했는데 만족한다"라고 평가했다.
단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의 문제의식 부족 ▲당황하는 플레이 만연 ▲침착성과 상황 판단의 부족을 꼽았다.
문제의식 부족의 경우 자신의 실수가 동료와 팀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또, 당황하는 플레이 역시 큰 경기라는 압박 속 자신에게 볼이 왔을 때 어떻게 볼 처리를 할지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나오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침착성과 상황 판단력 역시 당황하는 플레이의 연장선에 있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고 배운 대로만 하다보니 나온 결과라는 의미다. 모든 단점의 끝은 실수로 연결된다.
오만전 영상을 예로 든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이 거의 올라서지 않고 플랫9, 10의 수비로 일관하다가 우리의 실수 후 역습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라며 생각하는 플레이를 유소년들에게 지도해달라고 부탁했다.
'군데렐라'로 거듭난 이정협(상주 상무)의 선발에 대해서는 명확한 이유를 전했다. 그는 '축구는 복잡하다'는 말로 정의한 뒤 이정협의 플레이 영상을 보여주며 "수비진의 볼을 뺏었을 때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직선적인 움직임이 뛰어나다"라며 포지션에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칭찬했다.
물론 부족함도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오프사이드 함정에도 빠지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라며 아직은 더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움직임과 다른 선수의 움직임을 보며 플레이를 해야 한다. 영리함이 필요하다"라고 더 나은 공격수를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