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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의 위기…머리 맞댄 영화계, 해법은 있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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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 자유 침해 나란히 비판, 공동위원장 체제엔 '회의적'

[권혜림기자] 한국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과 부산시 사이에 벌어졌던 갈등과 영화제의 자율성 침해 위기에 대해 한 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1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미래 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진행됐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사회로 BIFF의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민병록 동국대 명예교수,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 심재명 명필름 대표가 참석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2월11일 부산에서 이뤄진 것과 같은 주제와 목적으로 진행됐다. 최근 부산시는 영화제 쇄신 방안과 관련 임기가 남은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해 영화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 2014년 제19회 BIFF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팽목항의 상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부산시와 영화제 측이 갈등을 빚은 것과 관련한 보복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표현 자유 침해엔 한 목소리 개탄 "부산시의 이념 공세"

공청회에 참석한 이들은 부산시의 압력이 영화제가 수호해야 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였다는 데에 입을 모았다. 임권택 감독은 "이런 사태는 모두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부산의 수치이고 나라의 수치, 영화인의 수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공청회에 어떤 방안이 있어 나온 것이 아니라 이런 사태까지 일이 밀려온 것이 너무 개탄스러워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세월호와 관계된 영화를 상영한 뒤 논란이 생겼다. 북한 영화도 상영한 적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넘어가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고 알렸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KNN을 통해 관련 논란이 첫 보도된 당시부터 사안에 주목해왔음을 알리며 이후 한국 영화계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연대했던 것을 돌이켰다.

부산시의 영화제 쇄신 요구와 관련해서는 "초청작 선정에 미흡이 있었다고 하는데 원론적으로 프로그램의 독립성, 자율성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외에 달리 할 말이 없다"며 "영화제가 그 과정과 결과에서, 상임 집행위원의 보고 사항, 내용과 절차가 미흡했다면 보완하면 될 일이다. 그 때문에 원론적 가치와 기준이 지적받거나 표적이 돼선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신작 영화 '아가씨'의 촬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의견을 피력한 박찬욱 감독은 "한국 사회가 온통 엉망진창이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그럴듯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부산국제영화제라 생각해왔다. 여기마저 이렇게 된다면 이 나라가 대체 어떻게 되려 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사람들은 '다이빙벨'이라는 영화로부터 시작된 문제니 영화제가 가지는 정치성, 이념성의 문제가 아니냐고, 이 영화제마저 이념 논쟁에 휘말리는 것이냐 개탄하는 분들도 있다"고 상황을 되짚었다.

그러면서도 박 감독은 "사실 제 생각에는 이념적 면을 채색하는 쪽은 영화제가 아니라 (부산)시 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그래머가 영화를 골라 영화제에 오는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특정 성향의 영화들만 골랐던 것도 아니고 여태껏 해왔던 과정에 의해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들을 골라오지 않았냐"며 "그 중 하나일 뿐이었는데 이것을 문제삼아 공세를 펼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념공세"라고 비판했다.

"정치성을 부여하는 쪽은 영화제가 아니라 시 쪽이라 생각한다"고 다시 강조한 박찬욱 감독은 "이 논쟁을 어떤 이념, 진보와 보수와 같은 식의 정치 프레임에 가둬선 안된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문제로 봐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렸다.

공동집행위원장 체제엔 반대 목소리…"개선 아닌 타협" 지적도

그런가 하면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부산시의 쇄신 압력을 일부 수용, 사퇴 대신 공동위원장 체제를 검토했던 행보는 그간 영화제가 지켜온 가치를 수호하려는 움직임이 아닌 부산시와의 타협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쇄신과 관련해 부산시의 사퇴 압력을 받았을 당시 공동위원장 체제의 도입 역시 언급됐다고 알린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부산시의 담당 국장과 있을 때 공동위원장 제안이 있었다"며 "물러나야 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더라. '그것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 시장이 왔으니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말이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고 돌이켰다.

"이후 몇 개월 동안 생각을 해도 인적 쇄신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저와 특정 몇 사람을 물러나게 한다는 것이었다. 조직 쇄신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충돌이 계속됐다. 공동위원장은 제가 물러난다는 이야기였다 물러나되 영화계와 부산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을 모셔오겠다고 알렸고, 이후에는 1년 반에서 2년 간 공동위원장 체제가 불가피할 것이라 봤다"고 설명했다.

심재명 대표와 민병록 교수, 박찬욱 감독은 공동위원장 제안 언급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비쳤다. 이번 사태 이후 한국 영화계가 한데 뭉쳐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나섰던 것과 관련해 심재명 대표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견을 대신 전했다.

그는 "이해 관계가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소통하며 영화제를 꾸려갈지도 의문이 든다"며 "영화제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 입장에서는 공동 집행위원장 선언한 것이 가장 혼란스러웠다. 저의 개인적 생각이라기보다 영화계 비대위 의견이라 알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그 체제는 결국 원칙에 대한 개선 방향이 아니라 타협이라 생각한다"며 "대체 부산시와 영화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영화계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통 과정을 보여줬는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증거임을 밝힌다"고 지적했다.

민병록 교수 역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세계 국제영화제에서 이런 예를 찾기 힘들다. 새 집행위원장이 온다 해도 시와 항상 갈등이 있을 것이고 앞으로 몇 년이 갈지 모른다"고 알렸다. 이어 "이런 선례를 남기면 우리 나라 많은 영화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영화제 생명은 자율성"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공동위원장과 관련한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며 "위원장이 스스로 인적 쇄신과 패러다임의 교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시면서도 물러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날 심재명 대표는 영화제와 부산시가 이번 갈등을 두고 충분한 소통을 이루지 못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보기 드물게 12개 단체가 힘을 합치고 50개 이상 영화제가 뜻을 모았다"며 "안타까운 점은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언론, 미디어를 통해 각자의 의지와 의견을 이야기할 뿐 서로 소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청회에 나와달라는 이야기를 한달 전에 받았는데 그 사이에 부산시와 영화제는 어떤 발전적 이야기를 나눴고 결과를 도출했는지 의문"이라며 "실제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화계 사람들은 근심, 때로는 분노, 앞으로에 대한 염려에 고심할 뿐"이라고 알렸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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