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의기자]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윤석민(29)의 해외 진출은 실패로 끝났다. 국내 무대로 유턴해 4년 간 90억원이라는 역대 FA 최고액을 받으며 KIA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계속 도전하고 싶었지만 구단의 적극적인 요청에 다시 KIA 타이거즈에서 뛰기로 마음 먹었다"며 "힘든 시기에도 잊지 않고 응원해 준 KIA 팬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 윤석민에게 주어진 길은 두 개다. KIA의 중흥기를 이끌며 팀의 레전드로 남을 수도 있고, 계약기간이 끝나는 4년 뒤 못다한 꿈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다. 두 가지 길의 공통 전제는 다시 예전의 위력적인 구위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윤석민이 돌아왔다. KIA는 반갑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9경기 103실점 전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KIA 마운드에 천군만마가 당도한 셈이다. 당장 윤석민의 복귀로 4강 또는 5강 전력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윤석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하위권으로 처져 있는 KIA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윤석민이 트리플크라운(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 동시 석권)을 달성했던 2011년 이후 KIA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13년부터 윤석민이 볼티모어에 입단한 지난해까지는 2년 연속 8위라는 부끄러운 성적을 남겼다.
KIA는 리빌딩을 앞두고 있다. LG의 암흑기를 끝냈던 김기태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것도 리빌딩을 염두에 둔 포석. 윤석민 역시 리빌딩의 한 축을 맡아줘야 한다. 패하기만 하는 과정은 리빌딩이 될 수 없다. 승리 속에 팀도 젊은 선수들도 자랄 수 있다.
윤석민은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서는 이기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시즌을 완전히 소화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몸상태만 된다면 윤석민은 선발이든 마무리든 팀 승리에 충분히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다. 다행히 윤석민은 메이저리그 승격을 목표로 몸을 잘 만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년 뒤 윤석민은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취득한다. KIA와 재계약을 맺으며 '원 클럽 맨'으로 남을 수도 있고, 한 번 실패를 맛본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 시즌부터 시작해 4년의 시간 동안 과거 보여줬던 '에이스 윤석민'의 모습을 재현해야 한다.
KIA의 레전드로 남든,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하든 윤석민에게는 다시 한 번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볼티모어에 입단할 때 계약서에 넣은 마이너 거부권이 독소조항이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윤석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첫 번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친정팀 KIA가 국내 최고 대우로 자신을 끌어안았다는 것에 윤석민은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어찌보면 이번 윤석민의 국내 복귀는 '해외진출은 실패하고 돌아와도 거액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인식을 남길 수 있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지워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윤석민의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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