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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A-로드도 그랬는데…석연치 않은 박태환 측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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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약물 스타들 건과 판박이…"가족이 문제" 지적도

[김형태기자] 박태환 도핑 파동은 해외 스포츠 스타들의 약물 사태와 너무도 닮아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사건의 발생과 대처 방식, 약물을 투여한 장소, 그리고 석연치 않은 해명까지 박태환 사태의 진행과정은 과거 금지 약물 사용 사실이 드러난 해외 유명 스타들의 그것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A-로드도 노화 방지 클리닉

운동선수들이 약물을 투여받는 경로는 주로 두 가지다. 하나는 사설 의료 클리닉에서 비밀리에 받는 방법, 또 하나는 약물을 구입해 본인이 스스로 체내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종합 병원 같은 공개된 시설에서 주사를 맞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동선수에게 국제스포츠기구가 금지한 약물을 의도적으로 투여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 의료인에 대한 징계 및 위상의 추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동 선수들은 의사와 선수의 신뢰관계가 돈독한, 다시 말해 철저한 비밀이 보장되는 사설 클리닉 및 재활센터를 주로 이용한다. 스테로이드로 얼룩진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왕 배리 본즈와 올림픽 육상스타 매리언 존스가 약물을 투여받은 곳이 캘리포니아 소재 사설 재활센터 '발코'였다. 뉴욕 양키스의 특급 스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성장호로몬을 처방받은 곳은 플로리다에 있는 노화방지 클리닉 '바이오제네시스 아메리카'였다.

박태환 측은 서울시내 한 유명호텔의 노화방지 클리닉에서 금지약물 '네비도' 주사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맞았다고 했다. 일반에게 알려진 의료기관이 아닌 점, 약물을 투여한 의사와 신뢰관계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점에서 박태환 측의 해명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감기환자에게 '타이레놀'이 뭔지 모르고 처방한 격"

약물 사건이 불거진 뒤 나온 첫 마디도 본즈 등 유명 약물 스타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박태환 측이 밝힌 "금지약물인지 알지 못한채 맞았다"는 말은 본즈와 로드리게스, 존스가 밝힌 첫 해명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같다. 이들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올 때마다 "결백하다"에서 "이렇게 될지 몰랐다", 그리고 "사실 딱 한 번만 했다"로 매번 말이 바뀌었다. 결과는 모두가 거짓말이었다. 이들은 상습적으로 약물을 복용한 것으로 사법기관의 수사와 재판 결과 밝혀졌다.

박태환에게 네비도를 투여한 의사는 검찰조사에서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 의사의 프로필에는 일본에서 내분비내과에 근무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각종 호르몬제를 다루는 노화방지 '미용 클리닉' 의사가 테스토스테론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말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내과 의사가 감기 환자에게 약을 주면서 '타이레놀이 뭔지 몰랐다'고 말하는 격'"이라고 비유한다. 평소 감기약도 먹지 않을 만큼 도핑에 예민한 박태환이 아시안게임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 주사를 선뜻 맞았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서로 "모르고 주사를 놓았다(맞았다)"는 의사와 박태환 측의 해명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가족 에이전시'?

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인 팀GMP의 대처 능력을 놓고도 말이 많다. 초기 대응부터 지금까지 미숙한 일처리의 연속으로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박태환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도핑 위반 사실을 지적받은 건 지난해 10월. 그러나 "의사에게 당했다"며 펄펄 뛰는 박태환 측이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한 건 3달이나 지난 지난 1월20일이었다. 정확한 수사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면 하루 빨리 고발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시간만 끌었다. 일각에서는 "도핑 적발 사실을 최종 인정하고, 변호사 선임 등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예민한 시기에 문제의 병원을 찾은 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상류층 회원제로 운영되는 해당 클리닉의 특성상 '스타 마케팅의 도구'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주사 한 대에 수십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시술을 무료로 제공받은 점, 2013년 12월에도 같은 주사를 맞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점에서 '비즈니스적 관계'를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에이전시의 무지와 부주의가 큰 화를 키웠다는 결론이 나온다.

팀GMP는 박태환의 아버지, 누나, 매형 등이 운영하는 가족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박태환 전담팀에게도 약물 관련 사실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성 없는 가족이 모든 걸 전담하다 화를 키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인천시는 약물복용사실이 최종 확정될 경우 문학박태환수영장의 이름을 교체할 뜻을 밝히는 등 사태는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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