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기자] 2002년 한일월드컵. 한국 축구 역사에서, 아니 한국 스포츠 전체를 통들어서도 이토록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가.
2002년 월드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세계적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이라는 기적을 일궈냈다. 한국 축구가 만들어낸 신화에 한국 국민들 모두가 붉은 악마가 됐고, 한국 축구는 역사상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이후 한국 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기적을 일궈냈던 2002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 축구의 슈퍼스타였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축구의 대륙 유럽으로 진출하는 등 한국 축구는 화려한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린 지 13년이나 지났다. 지금까지 현역으로 남아 있는 2002 세대는 거의 없다. 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해 지도자, 해설자 등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2002 세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지성과 이영표도 지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2002 세대가 대표팀 은퇴를 앞두고 있다. 바로 차두리다. 차두리는 2002 월드컵 대표팀 당시에는 막내급이었지만 현재 참가하고 있는 2015 호주 아시안컵 대표팀에서는 최선참이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한다. 이런 차두리에게 이제 단 1경기만이 남아 있다. 한국은 26일 4강전에서 이라크를 꺾고 1988년 카타르 대회 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전에 올랐다. 오는 31일 열리는 결승전, 이 경기가 국가대표 차두리의 마지막 경기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수비수로서 한국의 무실점 행진을 이끌었고, 또 폭발적인 공격 본능으로 2개의 도움을 올렸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전에서의 폭풍같은 드리블 질주에 이어 손흥민의 골에 도움을 기록한 것은 이번 아시안컵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팬들이 차두리의 은퇴를 반대한다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게 만들었던 장면이었다.
아시안컵 결승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차두리, 이는 2002 세대의 '마지막 멤버'가 대표팀에서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두리가 떠나면 이제 앞으로 더 이상 2002 세대가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확률은 없어 보인다. 아직 김남일, 설기현, 이천수, 현영민 등이 현역으로 활약을 하고 있지만 대표팀과 다시 인연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
그렇기에 차두리가 마지막이다. 차두리를 끝으로 화려하고 영광스러웠던 2002 세대가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이다. 대표팀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과거, 달콤하고 행복했던 추억으로만 남게 되는 것이다. 차두리가 2002 세대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차두리는 그 마무리를 아름답게 장식하려 한다. 2002 세대의 마지막 멤버로서, 2002 세대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내려 한다. 황선홍과 홍명보, 박지성과 이영표도 해내지 못했던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두리가 품으려 한다.
아시안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차두리의 모습, 2002 세대의 마지막 멤버 차두리의 마지막 무대, 한국 축구팬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선물로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 차두리는 그렇게 할 것이다. 차두리는 분명 아름답게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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