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두산 베어스 유희관은 또 다른 의미에서 인상적이다. 그의 웃는 눈을 보면 그렇게 선해 보일 수 없다. 구김살과 가식을 발견하기 어렵다. 운동선수라면 우락부락할 것이라는 일각의 선입견과는 정반대다. 외모와 성격이 참 푸근하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겐 '만만해 보일 수 있는' 이미지다. 그래서인지 그의 여러 기사에는 악플이 항상 따라붙는다. 그의 외모를 비하하는 댓글, 이른바 '항아리 몸매'에 대한 야유가 끊이지 않는다. 그가 시속 130㎞ 대의 느린 볼을 던진다는 것도 '쉽게 보이는' 이유의 하나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야구선수들도 댓글에 상처받기는 마찬가지. 두산 베테랑 홍성흔은 "내가 아는 모든 선수들 중 자기 기사의 댓글을 안 보는 선수는 없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는 유명 스타들도 전부 댓글을 찾아본다"고 밝힌 적이 있다.
유희관도 그 가운데 하나다. 굳이 상처받을 수 있는 댓글을 왜 볼까. 그는 "그것도 재미있다"며 싱겁게 웃었다. "전혀 개의치 않아요. 그런 것도 다 관심의 일종이겠지요"라며 "악플보다 더 무서운 게 무플이라잖아요"라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마운드에 선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평점심 유지다. 특히 정교한 제구력을 유지하려면 이른바 '멘탈'이 강해야 한다. 본격적인 1군 주력 투수로 자리잡은 2013∼2014년 2시즌간 9이닝당 볼넷 2.87을 기록한 유희관도 '댓글 정도에' 흔들리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런 그도 크게 상처를 받을 때가 있었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을 때는 무척 화가 났단다. 지난해 여름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 이런저런 뒷말이 그의 귀에 들어가자 정색을 하며 목청을 높인 적이 있다. 이후 슬럼프에서 탈출하며 2년 연속 10승 투수로 자리매김했지만 당시는 여러모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유희관은 무척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억원에서 무려 100% 인상된 2억원을 올해 연봉으로 확보했다. 2년 전 2천600만원에서 무려 670%나 껑충 뛴 금액이다. 가외수입도 짭짤하다. 지난해 M사로부터 용품 후원을 받은 그는 이번엔 D사와 용품 계약 스폰서십을 맺었다. 1천500만원어치 물품을 사용하는 대가로 1천만원의 현금도 따로 받았다. "야구는 잘 하고 볼 일"이라는 말이 주위에서 절로 나온다.
스타급 선수로 부상하고 있는 유희관은 이번 겨울 구단의 각종 사회사업에 빠짐없이 참가했다. 추운 겨울날 어려운 이웃을 찾아 연탄을 나르고 김치를 담갔으며 자선야구에도 참가했다. 쉴 틈 없이 다녔지만 그의 입에선 불평 한 마디 없었다.
2년 전 무명선수에서 '악플도 달릴 만큼' 명성을 얻었고, 통장 계좌도 풍성해졌다. 올해에는 또 무엇을 하고 싶을까.
"솔직히 없어요. 지난해도 그저 '내 선발 로테이션만 다 채우자'는 생각이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저 팀성적만 잘 나오면 좋겠어요. 우승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지난해 포스트시즌서 탈락하니까 더 그런 생각이 간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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