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한국인 심판진을 월드컵에 보내려는 대한축구협회의 '월드컵 심판 프로젝트 트리오'가 2015 아시안컵에서 깔끔한 판정을 보여줬다.
11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C조 조별리그 1차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카타르의 경기에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낯익은 얼굴들이 심판복을 입고 등장했다.
김종혁 주심, 정해상 부심, 윤광열 부심으로 구성된 한국인 심판진이었다. 이들은 이번 아시안컵 투입됐다. 세 심판은 지난해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비롯해 각급 연령별 대표팀 대항전에도 출전하는 등 아시아권 경기 경험이 많은 국제심판이다.
특히 김종혁 주심에 시선이 쏠렸다. 축구 선수 출신인 김종혁 주심은 골키퍼 김영광(울산 현대)과 동기다. 십자인대 부상으로 축구 선수 생활을 포기한 뒤 진로를 고민하다 심판에 입문했고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김종혁 주심은 축구협회의 배려로 윤광열 부심과 함께 K리그 빅매치를 비롯해 다수의 주요 경기에 배정되고 있다. 정해상 부심의 경우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일본인 심판진과 함께 구성, 본선을 경험했다.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인 주심을 배출시키지 못하며 비난 여론에 휩싸인 뒤 월드컵 심판 배출을 위한 트리오로 구성하면서 더 많은 경력을 쌓고 있다.국제축구연맹(FIFA)이 동일 국적, 동일 언어를 구사하는(주심 1, 부심 2명) 이들로 심판 구성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정·부심이 나서지 못했다.
대신 오심 논란으로 화제가 됐던 니시무라 유이치(일본) 주심을 중심으로 일본과 우즈베키스탄, 바레인, 호주 주심이 3인 1조로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UAE-카타르전에서는 선수들의 헐리우드 액션을 제대로 잡아냈다. 양팀은 한국만 만나면 이른바 침대축구를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이 경기에서도 몇 차례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이들이 있었지만 김 주심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중계 화면에서도 살짝 스쳤을 뿐이다.
자신들의 전략이 먹혀들지 않자 강하게 따지는 장면도 보였다. 특히 카타르의 중앙 미드필더 하산 알 하이도스(알 사드)는 전반 42분 UAE에 밀려 넘어진 뒤 김종혁 주심에게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흥분하며 손가락을 들어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분 뒤 하이도스가 또 문제를 일으켰다. UAE 오마르 압둘라만에게 백태클로 위협을 가했고 흥분한 양 팀 선수들이 몰려들어 몸싸움하자 심판진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한 뒤 경고로 마무리했다. 정 부심과 윤 부심은 오프사이드를 정확하게 잡아내기도 했다. 후반까지 큰 문제 없이 경기 운영을 해낸 세 심판의 카타르 아시안컵 첫 경기는 깔끔하게 끝났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김 주심은 AFC 내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심판이다. 두 부심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이 결승전에 오르지 못하면 결승전 심판진으로 배정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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