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3년 째에는 4강권 전력을 만들겠다."
지난해 8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밝힌 조범현 kt 위즈 감독의 포부다. 아직 모든 것이 파악되지 않은 백지상태에서 그는 2016년, 바로 다음 해에 4강 도전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1년반이 지난 현재 그는 여전히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한층 신중해진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신입선수 환영식. 그는 "아직 우리팀 전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전력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물론 다른 팀들의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은 부족한 전력, 그러나…
조심스런 반응에는 이유가 있다. '패기에 찬 도전'이라는 명제를 빼보면 아직은 부족한 것 투성이다. 특히 선수단 구성에서 아직 다른 팀들과 당당히 1군에서 맞붙기에는 보강해야 할 부분이 여러가지다. 그렇지만 조용히 차곡차곡, 시끄럽게 드러내기보다는 소리없이 내실을 다지고 있다. 1군 첫 무대인 올 시즌 현실적으로는 탈꼴찌가 목표이지만 성적에 관계 없이 패기로 몰아붙이겠다는 각오가 선수단을 지배하고 있다.
우선 이번 겨울 대대적인 선수 보강으로 주요 포지션의 주전 윤곽이 드러났다. 특히 김사율·박기혁·박경수 FA 3인방과 이대형·김상현·용덕한 등 신생팀 특별지명 선수로 보강한 베테랑 3인방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앤디 시스코, 필 어윈, 크리스 옥스프링, 앤디 마르테 등 외국인 4인방은 kt 전력의 핵심축으로 꼽힌다.
일단 야수 중에선 야구팀의 핵심축인 키스톤라인의 주인을 찾았다. 용덕한(포수), 박경수(2루수), 박기혁(유격수), 이대형(중견수)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라인은 kt가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역작이다. 저마다 프로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어서 팀의 '뼈대'를 구축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장성호(1루수), 마르테(3루수)의 코너라인도 완비돼 내야의 주인은 사실상 가려진 셈이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신예들이 얼마나 치고 올라오느냐에 따라 몇몇 포지션에 변동이 있을 수는 있다. 외야의 마지막 한 자리인 우익수과 지명타자는 여전히 무주공산이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사연, 김동명 등이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김사연은 2군 81경기서 타율 3할7푼리 23홈런 72타점의 고감도 방망이를 자랑했다. '출루머신' 김동명 또한 79경기 타율 3할5푼6리 OPS 1.126으로 리그를 '폭격'했다.
◆"'감동의 야구' 기대하라"
투수진도 빈 자리를 거의 메워나가고 있다. 시스코·어윈·옥스프링의 외국인 3인방으로 선발로테이션의 '원·투·스리 펀치'를 구축했다. 나머지 두 자리를 놓고 좌완 정대현, 우완 박세웅, 이성민, 엄상백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불펜은 풍부한 경험이 강점인 김사율이 우선 마무리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여러 젊은 신예들이 나머지 자리를 구성할 전망이다. 안상빈, 고영표 등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는 내부 평가다.
kt의 당면과제는 신생팀으로선 버거운 144경기를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드는 것이다. 조 감독은 "올해는 144경기나 된다.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경기 출장 관련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 같다. 전경기를 어쨌든 치러야 하니 준비를 잘 해서 소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목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지만 "패기 있는 야구,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성적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야구, 승패에 연연하기 보다는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야구를 추구한다는 의미였다.
패기와, 감동, 그리고 장성호가 표현한 "신생팀인 만큼 그냥 들이받을 것"이라는 자세. 올 시즌 kt 야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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